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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훈 칼럼] 대한민국의 품격, 누가 지킬 것인가?

[안종훈 칼럼] 대한민국의 품격, 누가 지킬 것인가?

최근 정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말들은 정치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더 격화시키고 있다.'독재좌파'니 북한의'대변인'이니 등등. 각자의 위치에서 권력의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홍콩의 유시민이라 불리는 짜우포충 교수는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2017)에서 "개방적인 현대사회에서 국가 통치의 정당성은 오랫동안 폭력과 공포, 거짓말 위에서 존립할 수 없으며, 신비한 종교나 오랜 전통에 기댈 수도 없다. 반드시 도덕적 신념에 호소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제도와 법률, 정책과 보편적 공권력 행사가 지지할 만한 것임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 국가는 정당성 위기에 빠진다. 따라서 정상적인 현대국가에서 도덕규범은 필연적으로 권력 정당성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라고 했다. 도덕규범의 토대위에 정치적인 정당성이 주장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때 정치인의 품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품격있는 정치인의 정당성은 도덕적 신념을 호소하면서 표현되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게 된다. 정치인들의 품격은 외부적으로 가장 쉽게 드러나는 해당 국가의 품격이다. 이럴 때면 트럼프나 미국의 상-하원 그리고 영국의회 같은 선진국들의 정치인들이 부럽기만 하다. 그들도 상호 갈등과 마찰은 분명히 있지만 정치적 언술행위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특히, 트럼프의 정치적 수사나 트윗(Tweet)을 통한 표현들을 보면, 공격적이고 직설적이면서도 정당성 있게 정제되고 함축적이며 품격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이다음 상대방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향을 묘하게 이끌어가는 수준 높은 고 단수의 정치적 수사를 구사하고 있다.

'품격'은 국어사전에서 "사람의 품성과 인격"으로 정의하고 "상스런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라고 사용 예문을 들고 있다. 한자로 '품격(品格)'에서 '품(品)'자를 자세히 보면'입구(口)'자 세 개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입에서 나오는 '말'이 품격의 시작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말'은 개인은 물론, 조직과 사회 그리고 나아가서는 국가의 품격이 겉으로 들어나는 최단거리 통로다. 한 사람의 품위와 기품, 성품과 인품, 그리고 인격과 격조는 모두 이 '품(品)'자의 의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품격은 타인이 나를 볼 때 느끼는 '나'의 인격과 행동의 격(格)이다. 따라서, 품격은 '내'가 갖추는 것이지만 그 평가는 '타인'이 내리게 된다.

'정치인'이란 단어에 대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대학생들에게 수업 중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대답이 무엇일 것이라 생각되는가? '말 뿐인 사람들', '거짓말', '허풍', '여당-야당 싸움','국회의원 난투극'등등 부정적인 말들이 연속해서 입에서 솔솔 나온다. 내면의 깊은 생각이 바깥으로 형상화되는 일차적 도구가 '말'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던지 대화시작 10분이 지나면 그 사람의 내면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30분 정도 지나면 그 사람의 인품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도대체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품격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선거 때는 폴더인사를 하지만, 당선되고 나면 고개가 숙여지지 않고, 서민들과 거리는 너무 멀어져 버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너무나 위선적이다. 물론, 정치인 전부가 다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품격이 있고 지역구의 발전을 위해 성실 봉사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우리의 정치는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어떻게 해야 정치와 정치인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인가. 국회의장에게 제안하고 싶다. 국회의원 기본 연수과정으로 '국회의원 품격'과목을 매월 정기적으로 운영하시면 어떻겠느냐고. 이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교육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고, 참석해도 졸고 있을 거니까. 그 효과에 대한 기대가 시작부터 비관적이다.

결국, 문제는 투표에서 그런 정치인을 선택한 우리 유권자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어떻게 저렇게도 품격이 없는 정치인들에게 투표권을 행사하였는지 모두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나라의 품격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국민이다. 선거과정을 살펴보면 그 지역의 덕망 높은 유지들은 초야에 묻혀버리고, 재력과 형식적인 사회활동으로 얼굴과 이름을 알린 사람들이 용감하게(?) 정치에 나서게 된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지역의 발전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 내면은 정치인이 누리는 권력과 명예 그리고 부의 축적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제도적으로 그런 욕망을 차단시킬 수도 없다. 법을 입안하고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들 아닌가. 경제는 어려워도 의정활동비는 매년 오르고 있다. 스스로 자기 보수를 올리는 그것도 꼴불견이다. 모두 국민의 혈세로 다 나가고 있다. 차제에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 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그들의 활동비를 책정하는 방법도 강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근, 모 여성단체에 인문학 특강을 한 적이 있다. 특강의 핵심 주제가 여성의 품격이었는데, 2017년 방영된 TV드라마 (JTBC)를 통해 여성의 품위를 형성하는 기본조건 7가지를 예로 들었다. 패션,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얼굴표정, 바디랭귀지(행동 언어), 일상의 태도, 그리고 생활 속 언어표현 등 7가지이다.

이들 가운 데 앞의 3가지 즉, 패션과 헤어스타일 그리고 메이크업은 일시적으로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인 반면, 얼굴표정 등 나머지 4가지는 개인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다. 개인의 일상적 라이프 스타일에서 그것들은 형성되어 지는 데, 평소 생활 속 마음가짐이 중요하며, 특히 말을 사용하는 언어표현 습관이 품격의 시작이라 했다. 품위가 기품을 만들고, 기품이 인품을 만들며, 그 인품이 성품이 되고 품격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평소 인문학적 정신과 태도가 그런 품격형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강조했다.

TV뉴스나 외교적으로 활동하는 정치인들의 품격이 국가의 품격으로 표현되지만, 한 나라 국민들의 품격은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외국인들에게 보여지는 우리 한국인들의 패션에서부터 얼굴표정 그리고 태도나 매너 역시 바로 대한민국의 품격으로 판단되어 버린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는 국민 개개인의 경제력 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문화적 수준과 의식수준을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이시형 박사는 《품격》(2011)이란 책에서 품격을 위해 버려야할 7가지 불안을 제시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 졌지만 메말라 가는 정신을 안타까워하면서 "이제, 그 치열함에서 벗어나자"라고 했다. 또, 이귀주는 "말은 귀소본능을 가지고 있고 ...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가고 만 사람의 입으로 옮겨진다"(말의 품격, 2017) 라고 했다.

결국, 일상생활 속에서 말을 통해 나의 품격이 표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나의 인격과 품격을 나타내는 것이다. 품격은 '내'가 갖추는 것이지만, 그 평가는 '타인'이 내리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개인은 물론 국가의 품격을 위해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개인들 각자도 자문하고 스스로 성찰해봐야 할 때다. 타인이 볼 때 나의 인격과 태도는 어떻게 보여질까?

그리고, 앞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대학생들의 여러 가지 대답에서 한 가지가 빠졌다. '국회 폭파'란 말이다. 최악의 정치인 이미지라 아니할 수 없다. 품격없는 소수 때문에 품격있는 의원들이 욕을 듣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대한민국 법과 질서의 근원이 되는 국회의사당이 폭파되는 그런 불상사는 없어야 되지 않는가. 대학생들이 볼 때 정치인들의 인격과 태도, 21세기에는 그들의 품격이 분명 달라질 거라 믿고 싶다.

안종훈 박사

-인공지능산업컨설턴트/AI윤리학자/인공지능콘텐츠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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