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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제대로된 채무조정제도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다니엘은 치매걸린 아내를 병 수발 하다 전 재산이 바닥난다. 40년 목수생활로 얻은 것은 심장병 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다니엘은 실업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기관을 찾는다. 기관 직원은 다니엘에게 컴퓨터를 이용해 신청서를 접수하고 구직활동을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컴맹인 다니엘은 컴퓨터를 배우고 신청하는데 기간이 걸렸고, 기관은 다니엘이 비협조적이라며 실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며칠 전 정부가 지원하는 채무조정제도를 알기위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았다. 직원은 채무와 수입을 듣더니 "한 달에 80만~100만원씩 3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매달 내는 금액치곤 부담스러웠던 나는 "기간이 최대 10년이라고 알고 있는데, 좀 늘려서 갚을 순 없냐"고 물었다. 하지만 직원은 "최저 생계비 제외한 금액은 다 내야하고, 기간은 늘릴 수 없다"며 "부양 가족이 있으면 좀 줄어들 수 있는데 있냐"고 답했다.

나에겐 부양가족 만큼 돈이 들지만 부양가족 기준에 맞지 않는 반려견이 있다. 말하지 못했지만 반려견이 아프기라도 해 상환이 미뤄지면 의도치 않게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이 커보였다. 월 상환금을 낮추고 기간을 늘렸으면 했지만 직원은 먹고 살기위해 드는 최저의 생계비가 최대 생계비로 보이는 듯 했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한 농로 렌터카에서 30대 부부와 4살, 2살 짜리 아이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개인회생 절차를 밟던 중 실직하는 바람에 변제금을 갚을 수 없어 막막했다고 한다. 변제금을 연체하게 되면, 개인회생은 중단되고 원금과 이자를 다시 갚아야 한다.

지난 1분기 개인회생 신청자 2만 3319명 중 기각되거나 불인가 된 경우는 7628명. 개인회생 중이더라도 변제금을 상환하지 못해 중도 폐지되는 경우도 3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무자의 상환·재기 의지와 달리 일정 기준에 맞지 않거나 변제금이 부담돼 제도가 폐지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기계적으로 기준을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 개개인의 상환능력을 고려한 채무자 중심의 제도로 탈바꿈하겠다." 지난 2월 개인채무자 신용회복지원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금융위 관계자는 말했다. 과연 채무자 중심의 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지, 채무자의 재기를 위한 기준이 맞는 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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