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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방/외교

걷지않는 보병, 용사가 아닌 허수아비를 만드나

문형철 기자 자화상. 문형철 기자는 예비역 육군 소령 출신으로 군사문화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걷지않는 보병(步兵)이 보병일까. 군복무가 짧아진다고 기초적인 군사훈련도 줄이는게 옳은가.

최근 육군은 신병교육 과목인 20km 행군의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서 육군의 전투력이 심대히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행군은 군사훈련 중 가장 힘든 과목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발바닥에는 물집이 잡히고, 장시간의 전투하중으로 온몸에 근육이 뭉친다. 그렇지만 행군을 마친 뒤에는 성취감과 자신감, 뜨거운 전우애를 느낄 수 있다.

2001년 사관후보생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5월말 초여름 날씨에서 50km 행군은 정말 힘들었다.

행군 막마지에 들어서자 동기생들과 나눠마시던 수통의 물도 바닥이 났다. 도랑 사이로 흐르는 물을 보고 다들 헬멧으로 퍼다 마셨다. 잠시 후 몇몇은 구토를 했다. 축사옆 도랑 물이었으니까.

행군복귀 후 의무실로 실려가 전투화 가죽의 독으로 피부가 곪아들어가는 봉와직염때문에 뒷꿈치의 살을 도려냈다.

고도비만으로 교육 기간 줄곧 힘들어 했던 사관후보생은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예비역 소령인 지금은 40km 행군을 비상근예비군 훈련으로 가볍게 소화하고 있다. 첫 행군에서 도움을 준 동기생들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예전처럼 행군 전 고무망치를 두들기며 전투화를 부드럽게 하는 풍경은 이젠 찾아 볼 수 없다. 한국인 발모양을 평균화한 고기능성 전투화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행군여건임에도 20대 청년들은 몹시 힘들어한다. 자동차가 발달되고 기계화 보병을 만드는데 행군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면, 꼰대 영감 취급을 받을지 모른다.

육군은 지난해 2030년까지 모든 보병부대를 기동화 부대로 개편하는 아미 타이거 4.0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미래전에서 보병이 직접 걸을 일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보병이 걷지 않는 것은 아니다. 차량이 파괴되거나 작전 상황으로 보급로까지 중단거리를 무거운 개인전투장비를 착용하고 걸어나와야 하는 상황은 미래전에서도 분명 예상되는 일이다.

복무기간의 단축으로 군생활의 기초가 되는 신병교육을 약화시키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특전사의 악명 높은 천리행군을 시대에 맞게 변경하여 고통만 주는 훈련에서 특전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변경시켰다. 그는 특수전 기본과정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런 전인범 예비역 중장은 "행군은 군인을 만드는 기본교육이다. 마치 군인의 경례와 같은 것"이라면서 "신병훈련에서만 폐지검토라고 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발상"이라고 말했다.

작지만 강한 군대라고 불리는 스위스는 복무기간을 줄이면서 신병교육 기간을 늘리고 훈련을 강화했다. 싱가포르 군은 입대 전 체력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까지한다. 입으로는 용사(勇士)라지만 실상은 용사(俑寫)가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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