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9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 정상화를 위해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가 이끄는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국회 정상화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한국당 원내대표실에 방문해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직전 우리가 국회에서 너무 심각한 상황을 만들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에게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어떤 지혜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스스로 여러 번 반문했다"며 "경청의 협치를 시작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정국을 풀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또 "어려운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되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모르겠다"면서도 "5월 임시국회를 열어 민심을 챙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에게 "당선을 계기로 국민이 원하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고 화답하면서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며 "(현안 등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가 말한 '짚고 넘어갈 부분'은 최근 여야 4당(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선거제도·사법제도 개편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 강행을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취임 후 처음 실시한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생 몰두 ▲경청의 협치 정신 ▲멋진 정치 경쟁을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국당의 입장을 경청하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겠다"며 "민생을 살릴 수 있다면 경우에 따라 야당이 (정국을) 주도하는 것도 좋다는 마음으로 절박하게 임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현재 국회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법안 처리와 추경 심사 등 과제가 산적했다. 20대 국회 계류 법안은 1만3000여건에 이른다. 특히 패스트 트랙 지정안의 처리도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이 원내대표가 이끄는 민주당 지도부가 얽힌 정국을 어떻게 풀지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과 한국당 관계뿐 아니라 야권마다 난립한 갈등도 봉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표 당선 소감을 전하며 홍영표 전 원내대표에게 "조금 야속하다. 너무나 강력한 과제를 남겨놓고 가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바른미래당의 경우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오는 15일 새 원내대표로 선출될 바른미래당 원내 사령탑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여러 경우의 수를 대비해야 한다.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와 만난 후 이어 바른미래당·정의당 원내대표실을 찾기도 했다.
내년 4월 있을 21대 총선에서의 역할도 막중하다. 이해찬 대표와 원내·외를 각각 부담하며 총선에서 승리해야 재집권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여권 일부는 이 원내대표가 당내 비주류로 분류돼 당 운영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이른바 '친문계'가 대거 당으로 복귀하면서 비주류 현역 의원이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이 원내대표가 주류로 꼽히는 김태년 의원과의 원내대표 선출 결선에서 27표 차이로 누른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