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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주주 휴대폰번호는 금지?…개인정보보호에 답답한 상장사

# A상장사 IR담당자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3%가 넘는 지분을 가진 한 주주의 직장을 찾아갔다. 주주의 직업은 대학교 교수. 학교 홈페이지에서 교수의 시간표를 확인하고, 수업이 끝나기 한 시간 전에 교수실 앞, 소위 '뻗치기'를 했다. A상장사 직원은 수업에서 돌아온 교수에게 신분을 밝혔고, 교수는 그를 문전박대 했다. A상장사 담당자는 한참 문 밖에서 설득한 끝에 위임장을 받아올 수 있었다.



올해 감사선임과 특별안건 결의를 위해 의결권이 절실했던 상장사들의 현실이다. IR 담당자가 본업을 제쳐두고 하루종일 주주 한명의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해 움직여야 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과 주주의 연락처가 없는 주주명부 때문이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르면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명부에 주주 이메일 주소를 제공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그동안 상장사들은 증권사를 통해 주주 이메일 주소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있었으나 정당한 절차는 아니었다.

상장사 IR 담당자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지만 지난해부터 요구해오던 주주 전화번호 제공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이 다수다. 지난해 주주명부에 전화번호를 기재하도록 한 상법개정안(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계류상태다.

현재 상법 제352조 제1항에 따르면 주주명부는 주주의 성명과 주소만을 기재해야 한다. 1962년 제정 후 단 한번도 개정된 적이 없다. 주주명부에 전화번호가 없는 것은 해당 상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이다.

하지만 상법의 정체(停滯)가 오히려 개인정보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7년 의결권 대리행사제도인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개인 주주들의 의결권은 강화됐다. 특히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3%룰'에 따라 주총 안건 결의에 개인 주주들의 의결권은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상장사 IR 담당자들은 "주총 시즌에는 모두가 외근"이라고 말한다. 주주명부에 적힌 주주들의 집을 찾아가 의결권 위임장을 받아오기 위해서다.

문제는 의결권 위임장을 받는 과정이다. 주주 명부에는 집 주소밖에 정보가 없기 때문에 회사 직원들은 주주의 집을 무작정 방문한다. 미리 연락을 할 수도 없다. 집 앞에서 마냥 기다리는 상황도 허다하다.

주주를 만나게 되더라도 의결권 위임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주주들은 주총 의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새도 없이 직원들에 의해 의결권 위임을 설득받는다.

한 주주의 말에 따르면 "위임장에 도장을 찍기 전엔 회사에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딸 같은 어린 친구가 와서 부탁을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위임장을 써줬다"고 전했다.

의결권 위임을 위해서는 인감 도장이 필요하다. 인감 도장이 없다면 주주의 주민등록증을 촬영해야 한다. 만약 해당 기업이 의결권 대행업체를 썼다면 주주는 회사와 관계도 없는 제3자에게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주민등록증을 그대로 내줘야 하는 셈이다. 상장사 관계자들은 주주의 전화번호만 있어도 "내실화 있는 주총"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A 상장사 관계자는 "위임장을 받기 위해 2, 3월 회사의 업무는 거의 마비수준이다"면서 "주주들의 전화번호만 알아도 주총을 더욱 내실화있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휴대폰으로 대출도 받을 수 있는 세상인데, 위임장도 핸드폰으로 받을 수 있는 전폭적인 개혁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주주명부에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것은 여러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은 주식을 단 1주만 가지고 있어도 상장사에 '주주명부 열람권'을 요구할 수 있다. 때문에 악의적 의도가 있는 경우 수천명의 개인정보가 다수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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