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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기자의 一問日答]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 "상속세 OECD 최고 수준 韓, 영속기업 못나온다"

최종수정 : 2019-04-22 06:00:00

상속세 깎아줘도 법인세·근소세, 사회보장등 효과 커

가업승계는 육상의 계주…미리 준비하고 같이 뛰어야

상속세 ↓, 공제 대상 ↑, 최대주주 주식할증은 없애고

승계제도 혁신한 독일, 일본, 스웨덴등서 갈길 찾아야

조병선 중소기업연구원장. 김승호 기자
▲ 조병선 중소기업연구원장./김승호 기자

"기업들의 가업승계를 돕기 위해 상속세를 깎아줘도 걱정할 것이 없다. 우리나라 국세 중 상속세 비중은 평균 0.82%(2008~2016년)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족기업의 비중이 높아 세액에 비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세제 혜택을 줘 가업을 원활하게 물려주고 기업이 유지되면 기업은 법인세, 근로자는 근로소득세 등을 낸다. 한번 걷는 상속세보다 많은 세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회 보장성 비용'은 간과하고 있다. 계속 기업은 4대 보험 지급, 각종 복지비 지출 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 기업이 이를 분담하지 않으면 결국 국가가 세금으로 해결해야한다. 당장의 세금보다 멀리보고 제도를 개선해야한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산하 중견기업연구원 조병선 원장(사진)의 말이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과 한국가족기업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조 원장은 그동안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가족기업, 가업승계 전도사 역할을 꾸준히 해 왔다. 그러다 지난 2월부터는 중견기업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대한민국의 허리인 중견기업을 위한 각종 제도 등의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최근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상속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자식들이 회사를 물려받는 과정에서 2000억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승계시 더욱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조 원장은 "중견기업의 경우 대부분 창업세대들이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이익이 나면 다시 회사에 재투자했다. 이때문에 (개인적으로)축적해놓은 자본도 많지 않다. 가업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많은 세금을 낼 돈이 없어서 회사 주식을 팔아야할 수도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한 락앤락이 대표적이다. 원활한 가업승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일자리가 줄고, 결국 국가경쟁력이 악화된다.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만 볼 것도 아니다."

최근 다시 화두가 되고 있는 가업승계 관련 다양한 이슈에 대해 조 원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병선 중소기업연구원장. 김승호 기자
▲ 조병선 중소기업연구원장./김승호 기자

-한진家의 상속세 문제가 결국 가업승계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가업승계는)반드시 닥치는 일이다.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이때문에 미리 미리 준비해야한다. 후계구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 상속세를 어떻게 납부할 것이냐, 지배구조는 또 어떻게 해야하나 등이 모두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다. 난 이것을 육상의 계주와 같다고 생각한다. 보통 승계 준비라고하면 주고 받을 때까지만 생각한다. 그러나 바통을 넘겨주고 바로 멈추면 않된다.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바통을 전달한 후엔 속도를 줄이면서 일정 거리를 같이 뛰어야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것처럼 기업승계도 똑같다."

-가업, 기업을 자식 등에게 물려주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것 같다.

"일반인 관점에서 보면 기업은 한 가문이 평생 일궈왔기 때문에 '가족기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 경제적으로 보면 기업은 소중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양질의 서비스와 제품을 생산해 제공하고 또 수출하는 사회적 자산이다. 이때문에 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돕는 것은 당연하다. '부의 대물림'이라는 인식보다는 사회적 자산이 중요하니 국가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승계가 잘 이뤄지면 박수를 쳐줘야한다. 여기서 국민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투명경영을 하고, 책임경영을 하고,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사회에 환원하고, (협력기업 등과의)거래 과정에서 상생하고, 또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근로자와 상생하면 인식도 분명 달라질 것이다. 정부 역시 기업들이 좀더 경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가업승계 과정에선 물려받는 사람보다 물려주는 사람의 생각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그렇다. 명문장수기업이 많은 선진국의 사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들 기업의 경우 승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 후계자를 누구로 할 것이냐, 물론 자식이기 때문에 무조건 물려줘야하는 것도 아니다. 또 정해진 후계자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 이 과정에서 패밀리가 어떻게 협력할 것이냐, 갈등과 분쟁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제 경영권을 물려줄 것이냐, 후계자가 이어받는 단계에선 어떤 조건을 갖춰야하느냐 등이 모두 뚜렷하게 명문화돼 있다."

-언제 쯤 물려줘야 적당한지 정서적·물리적으로 정해진 시간은 따로 있나. 또 어느 정도의 기간동안 승계해야하나.

"기존 CEO가 힘이 있을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때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주는 것이 좋다. 본인 혼자 천년만년 살 것처럼 (경영을)계속하다보면 본인은 좋겠지만 후계자는 지칠 수 밖에 없다. 부모와 자식간 갈등도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엔 후계자가 이탈할 수도 있다. 그래서 (승계)타이밍이 중요하다. 승계 시점을 놓치면 회사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 미리미리 준비해야하는 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물려줄 나이에 정석은 없다. 하지만 사견을 전제로 우리나라의 경우엔 부모의 나이가 60대 중후반 정도면 물러나고 자식들에게 승계를 해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때쯤되면 자식들의 나이가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가 대부분일 것 같다. 창업주와 자식이 함께 뛰며 승계를 해 주는 기간은 중소·중견기업은 최소 10년 정도, 대기업은 20년 정도면 적당할 것 같다."

조병선 중소기업연구원장. 김승호 기자
▲ 조병선 중소기업연구원장./김승호 기자

-회사를 물려준 뒤에도 선대 회장의 잦은 간섭 때문에 자식이 제대로 경영을 하지 못하는 사례도 들린다.

"가족기업 관련 연구 이론 중에 '승계의 음모'라는 것이 있다. 물려줘야 할 시점에서 물러나지 않아야 할 여러 이유를 찾는 것이 대표적이다. 후계자가 덜 준비돼 있다느니, 사장에 앉혔는데 잘하지 못하고 있다며 트집잡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퇴임하면 자신이나 부인이나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뒷전으로 물러나 있고, 좋을 것도 없다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은퇴 이후의 삶을 잘 준비하는 것이다. 회사에 평생을 쏟아부었으니 (승계후엔)취미생활도하고, 여행도 다니고, 글도 쓰고, 다양하게 자문도 해주는 등 내 인생을 살아갈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가 덜 돼 있으니 물려주고도 회사에 나가서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후계자의 리더십에도 악영향을 주게된다. (CEO 정도면)먹고 사는게 지장없으니 퇴임후의 삶을 의미있게 살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승계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회장님은 회사를 물려준 후 조력자 역할을 하면 그뿐이다."

-회사라는 실체 이상으로 승계할 것이 더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독일 등 선진국에선 승계를 하면)사회 전체적으로 무언의 요구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창업정신이다. 경영철학도 중요하다. (회사를 키워온)패밀리의 가치도 여기에 포함돼야한다. 스튜어드십(stewardship)도 물려줘야한다. 우리말로는 '청지기정신'이란 말이 적당할 것 같다. 기업을 소유·경영하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철학과 가치, 책임 등을 같이 물려주는 것이다. 여기서 돈이 될 것은 별로 없다(웃음). 또 이를 잘 물려받고 경영을 잘 해야 가족의 존경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재산이나 사업체만 물려주고 받는 것은 영속할 수 없다."

-제도적으로 좀더 들어가보면 가업승계시 현재 기업들이 가장 큰 애로를 겪고 있는 게 상속세 문제일텐데, 실상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일본이 55%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최대주주 할증률(30%)까지 감안하면 최고실효세율은 65%까지 올라가 OECD에서 가장 높다. 상속세를 65% 낸다는 것은 기업 몸통의 절반 이상을 떼낸다는 의미다. 65%의 세금을 내고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영속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느냐."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기존 '매출 3000억원 미만'에서 '매출 1조원 미만'으로 늘리자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렇게되면 중견기업들이 많이 포함될 것 같다.

"2016년 기준으로 조사한 '2017년 중견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업력 30년 이상 중견기업 중 3000억원 미만은 808개(75.2%)였다. 이를 1조원 미만까지 늘리면 218개(20.3%) 중견기업이 추가로 포함된다. 전체 30년 이상된 1075개 중견기업 중 95.5%가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세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OECD 최고 상속세률이 평균 26.3%인 것은 감안하면 현행 최고 50%인 상속세률을 절반 수준인 25%로 낮춰야한다. 또 상속세 실효세율을 세계 최고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도 없애야한다."

조병선 중소기업연구원장. 김승호 기자
▲ 조병선 중소기업연구원장./김승호 기자

-기업이 가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는데 왜 세금을 깎아주면서까지 도움을 줘야하느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이 국가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일자리 문제를 생각해보자. 투자를 확대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활성화된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한계가 있다. 최근 통계를 보면 대기업에선 일자리가 줄고 있다. 창업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결국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해야한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도 한계에 도달했다. 대기업의 유연성도 점점 떨어진다. 허리인 중견기업을 키우면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에서 올 수 있는 시스템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중견기업의 가장 큰 화두인 가업승계 제도를 독일식으로 획기적으로 풀어야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가업승계 문제를 범국가적 프로젝트로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해결하자는 제언으로도 들린다.

"정확한 지적이다. 독일은 왜 명문장수기업이 많을까 생각해보자.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해 승계를 하는 기업의 경우 우리나라는 1년에 고작 60개 정도다. 그러나 독일은 매년 평균 1만6000개 정도가 혜택을 받고 승계를 한다. 독일은 창업에 준해 가업승계를 지원한다. 과거 흩어져 있던 승계 관련 제도와 법, 노력을 하나의 프로그램(NEXXT)으로 통합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2018년 1월부터 2028년 12월 말까지 10년 한시법으로 상속이나 증여 등을 통한 승계기업 관련 세금을 파격적으로 유예해주는 가업상속특례제도를 도입했다. 언제까지 세금을 유예해주느냐. 넘겨주는 사람이 아니라 후계자가 사망할 때까지다. 스웨덴은 2000년대 초까지만해도 상속세율이 가장 높았다. 그러다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가겠다, 사업 접겠다고 난리가 나면서 아예 상속세를 폐지했다. 이같은 해외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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