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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24>뛰면서 와인을?…물 대신 와인 '메독마라톤'

/안상미 기자



전채요리인 굴과 화이트와인이 시작이다. 입맛을 돋우고 나니 소갈빗살 스테이크와 묵직한 레드와인이 나왔다. 다음은 모든 종류를 모아놓은 듯한 치즈의 향연. 마지막은 디저트다. 아이스크림과 달콤한 화이트와인으로 마무리됐다.

어느 멋진 프렌치 레스토랑의 코스가 아니다. 이 모두 뛰면서 1㎞마다 숨가쁘게 즐긴 '마리아주(mariage·음식과 와인의 궁합)'였다. 기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정찬을 안겨줬던 2013년 프랑스 보르도 '메독마라톤' 얘기다.

메독마라톤도 다른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정규 풀코스 거리인 42.195㎞를 모두 뛰어야 한다.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기자가 2013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리는 메독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SF영화 '아바타'의 나비족 복장을 입고 있다.



우선 매년 테마에 맞춰 코스프레 복장을 해야 한다. 기자는 당시 공상과학(SF)이 주제라 SF영화 '아바타'의 나비족 복장으로 달렸다.

더 중요한 것은 와인이다. 메독마라톤은 코스 중간중간 급수대에서 각 와이너리들이 준비한 와인을 내놓는다.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꼬스 데스뚜르넬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와이너리들이다 보니 와인 애호가들에겐 꿈의 대회로 불린다.

오는 9월 7일 열리는 메독마라톤의 참가신청이 시작됐다. 올해도 전 세계 마라톤, 와인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대회답게 신청은 바로 마감됐고, 지금은 대기자 명단에만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올해 테마는 슈퍼영웅이다. 올해 9월엔 슈퍼맨과 원더우먼이 포도밭을 가로질러 달리는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2019 메독마라톤



마라톤 코스는 보르도 젖줄인 지롱드 강 왼쪽으로 광활하게 펼쳐진다. 모두 60개 와이너리를 지나야 하는데 마라톤 코스로는 꽤 어려운 편에 속한다. 보르도에서 생산되는 주 포도품종이 메를로와 카베르네 쇼비뇽이기 때문이다.

메를로는 평지에서도 잘 자라지만 카베르네 쇼비뇽은 주로 경사진 언덕배기에서 자란다. 메를로 밭을 지나는가 싶으면 이내 카베르네 쇼비뇽 밭이 나타났다. 끊임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야 한다.

메독마라톤의 우승 상품은 당연히 와인이다. 한 두병이 아니다. 남녀 각각 1등으로 들어온 선수들은 시상대로 올라서서 몸무게를 재야 한다. 그 몸무게 만큼의 메독 와인이 바로 1등 상품이다. 보통 와인 한 병이 750ml. 1등 남자 선수의 몸무게가 75㎏이라면 100병의 와인을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마라톤을 한창 뛰던 시절엔 사실 욕심도 났다. 언젠가는 꼭 한 번 다시 가서 1등을 하고 수 십병의 와인을 담아오리라. 세금을 생각하면 한국으로 들고 오는 비용이 더 많이 들테니 다 먹고 오겠다는 야무진 꿈도 꿨다.

근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2017년 남자 1등의 완주 기록은 2시간 27분이다. 여자선수도 만만치 않다. 2시간55분이다. 아마추어로서 3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은 거의 꿈의 기록이다.

6시간 30분 이내로만 완주하면 프랑스 AOC급 이상의 와인은 한 병씩 가져갈 수 있다. 물론 마라톤 코스 중에는 얼마를 마시든 무제한이다. 아무래도 다시 한 번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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