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자 요건 이용한 세금 싸움 재현…8년전엔 무슨 일이 있었나
'나무왕' 코린도그룹 승은호 회장의 행보는 '선박왕' 시도상선 권혁 회장을 연상케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비거주자 요건을 이용해 세금 싸움을 벌였다는 것이다.
시도상선은 시도쉬핑(홍콩) 자사선박의 정비보수유지를 위한 전문선박관리회사로, 계열회사를 포함해 160여척의 선박을 보유한 회사다.
이 회사는 최대주주인 권혁 회장이 대규모 탈세 혐의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권 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홍콩과 일본에 거주하는 것처럼 속여 종합소득세 등 2200억원대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1년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면서 탈세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거처하는 것처럼 위장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당시 국세청은 4101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조사 결과 권 회장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빌라였고, 실제 주소지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아파트였다. 또 시도상선에서 수억원대의 급여를 받아 생활비로 사용하고 국내에서 의료보험 혜택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검찰은 그를 '국내 거주자'로 봤다.
결국 권 회장은 2013년 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며, 벌금 2340억원을 내야 했다. 하지만 2심에선 권 회장의 혐의 중 소득세 2억4000여만원 탈루 혐의만 유죄로 보고, 1심보다 훨씬 톤 다운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혹정 받았다.
당시 그는 외국에 거주하기 때문에 국내 납세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홍콩법인 CCCS에 대해 1300억원대의 법인세를 부과했는데, 법원은 권 회장과 배우자 등 법인 이사들이 모두 국내 거주자였다는 점에서 그들을 사실상 내국법인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한상(韓商) 코린도그룹 승은호 회장은 어떨까.
제지 기업인 코린도그룹의 승 회장도 지난 2014년 역외탈세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국세청은 지난 4월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는 등 500억원가량을 탈세한 혐의로 승 회장과 두 아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승 회장은 해외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거래하면서 국내 세무당국에 양도세를 내지 않았고, 금융자산을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차명으로 보유하 면서 이자소득세 등도 내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승 회장 부자는 "국내 거주자가 아닌 만큼 한국에 세금을 납부할 이유가 없다"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그들을 '국내 거주자'라고 판단했다. 최근엔 국세청으로부터 종합소득세 514억원, 양도소득세 412억원, 증여세 142억원을 부과 받았다. 결국 승 회장은 1000억원이 넘는 세금에 부담을 느끼고 증손자격 사업인 서서울 컨트리클럽(서서울CC)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등은 이들이 조세 회피를 위해 거주지를 옮겨 역외 탈세를 했다고 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법인세율 인상폭이 높고 재외동포에 대한 모국 투자 혜택이 부족해 벌어진 사건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국내 투자하거나 사업할 때는 각종 혜택을 주면서 재외동포의 경우 더 엄한 잣대를 들이밀기도 한다"라며 "법인세 조정 등 국내 투자 기업에 대한 제도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