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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타계로 관심 커진 상속세, 경제 기회균등 보장하려면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레 타계는 '상속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승계가 유력한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경영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1700억원 규모의 막대한 상속세가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차, 한화 등 주요 그룹들도 경영권 승계가 남의 얘기가 아니다.

재계와 석학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상속세 제도가 기업가 정신을 훼손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현재 한국 기업 대주주들의 최고 증여·상속세율은 6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6%보다 2배를 웃돈다.

안 내겠다는 게 아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증여세·상속세↓→사업 및 투자↑→고용창출)이 될 합리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부유했던 부모에게서 자금을 물려받아 기술과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사회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성봉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상당수의 한국 대기업은 가족기업 형태(오너 및 그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원활한 경영권 승계는 이들 대기업의 지속가능한 가치창출을 통한 국민경제 기여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속세, 경제적 기회균등 보장할까

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해외 대기업의 승계사례 분석과 시사점'(이성봉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대한항공 등 그룹 상장 계열사의 주식가치는 약 3600억원. 단순히 상속세율 50%를 적용해도 세금만 1800억원이다. 경영권을 상속받을 경우 주식가치의 30%를 가산하게 돼 있어 최종 상속세는 더 많아진다.

조 회장의 지분을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삼남매가 나눠 받든, 조 사장 등 한 명이 상속하든 세금을 내고 나면 지분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조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우호지분)은 기존 28.95%에서 20%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12.68%)는 호시탐탐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에 힘쓰다 보면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7089억원을 투자해 CS300 여객기 10대를 도입(공시 기준)한 데 이어, 옵션으로 추가 10대를 더 들여올 계획이었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상속인들은 한진칼로부터의 배당보다는 상속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산에 의존하거나 한진칼 지분 일부를 매각해 상속세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른 그룹도 상속세가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가장 최근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꾸준히 지주회사 지분을 늘려 오다 아버지 고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지분 일부를 상속받아 경영권을 확보했다. 상속세(9000억원 대)는 5년 동안 분할 납부하고, 주식담보대출과 계열사 지분매각 등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중견·중소기업으로 갈수록 부담은 더 크다.

통신 장비 제조업체 대표 A씨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4000억원이 넘던 연 매출이 1000억원대까지 떨어지면서 회사가 침체돼 투자를 통한 실적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상속세 문제를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하다. 71세 고령으로 조만간 경영에서 물러날 계획인데 현재 매출액 기준으로 가업상속공제(연 매출 3000억원 미만)가 적용되어 상속세 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A씨는 투자를 하자니 상속세 220억원을 내야하고, 투자를 안 하자니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과도한 부담이 경영권 승계를 앞둔 기업을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신종 증권, 일감몰아주기, 인적분할 후 주식교환 등 편법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해외 기업들은 원활한 가업 승계를 통해 100년이 넘는 장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해외 대기업의 승계 사례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포드, 헨켈, 하이네켄 등 100년 이상 해외 장수 대기업은 몇 세대에 걸친 승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창업주 가족의 경영 지배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 포드는 재단 설립과 차등의결권을 통해, 독일 헨켈은 1985년 가족지분풀링협약 체결 등을 통해 경영권을 지키고 있다.

◆상속공제 1조 기업으로 확대, 매출 52조↑

빌 게이츠는 지난 2월 미국의 커뮤니티 레딧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코너에서 네티즌이 건넨 "개인적으로 매년 얼마의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인터넷 댓글을 통해 "사람들이 정부가 더 많은 일을 하길 원한다면 그것엔 재원이 필요하다"면서 "나는 우리가 교육과 건강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내가 낸 100억 달러(약 11조 2000억)의 세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의 아버지 게이츠 시니어는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는 미국의 대표적 갑부 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상속세 폐지 반대 전도사'로 불린다. "현재 미국의 빈부 격차는 사상 최고 수준인데 부자들이 계속 욕심을 부리면 미국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망한다"는 게 게이츠 시니어의 지론이라고 한다.

재계가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인 상속세나 증여세다.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상속·소득세 최고세율 합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상속세율이 최고 55%, 소득세율은 최고 45%이다. 우리나라는 상속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이 각각 50%, 42%이다. 일본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다. 하지만 기업 승계 국면에선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주주 경영권 승계에 대해 할증이 최고 30%까지 붙어 상속세율이 최고 65%로 뛰기 때문이다. 이 경우 두 세금의 최고세율 합은 107에 달해 일본을 넘어선다.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현행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에서 매출 1조원(한국경제연구원 분석)으로 확대하면 매출이 52조원 늘고 고용은 1770명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행(3000억원 미만)대로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유지할 때와 비교해 매출은 6.8%, 고용은 3.0% 각각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이들 기업을 업종별로 분류하면 제조업이 72%(56개)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제조업의 경우 장기적으로 핵심기술 축적과 생산 노하우 전수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특성상 영속성이 필요하므로 가업상속 효과가 크다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경제정책팀 홍성일 팀장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성장을 위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개인이 상속세 재원을 따로 마련해 두기가 어렵고, 상속받은 주식의 현금화도 어렵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은 '부의 대물림' 완화를 추진 중이다. 이유는 "투자 확대, 일자리 유치·창출 등 경제활력 제고"다. 민주당 윤후덕·이원욱, 한국당 박명재·이진복·곽대훈·정갑윤·추경호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7건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모두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확대하거나 세제혜택을 늘리는 등 기업 상속세를 덜 걷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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