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습격] (하)빚으로 바뀐 '영구채', 금융권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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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습격] (하)빚으로 바뀐 '영구채', 금융권 좌불안석

최종수정 : 2019-04-04 10:51:34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12년 10월로 가 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금융 부문에서 조선·해운·중공업 등 기간산업으로 한창 파고들 무렵이다. 굴삭기·지게차 등 중장비를 만드는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 제조업체 중 처음으로 영구채권(Perpetual Bond)을 발행키로 한다. 미국의 '알짜' 중장비 제조사 '밥캣'을 인수로 빚 부담이 컸던 두산인프라코어는 부채란 짐을 덜기 위해 영구채를 발행해 돈을 마련한 것. 기업이 돈 갚을 날짜를 '영원히' 마음대로 연장할 수 있는 특징 때문에 '영구채'란 이름으로 붙었다.

하지만 논란거리가 됐다. 기업이 만기를 정할 수 있다지만, 자기 돈이 아닌 빌린 돈을 회계장부에 '자본'으로 기록하는 게 과연 옳으냐는 것이다. '국제 심판' 격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산하 해석위원회가 2013년 5월 영구채를 '자본'으로 결정, 논쟁은 일단락됐다.

달콤한 유혹에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영구채를 찍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까지 영구채를 발행한 기업은 모두 73곳, 금액으로는 29조5000억원까지 불었다.

하지만 영구채의 뒤끝은 길었다. '제2의 영구채 성격 논쟁'이 벌어진 것. 금융당국이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회계상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실제 확정안이 공표되기까지 최소 3~4년이 걸리겠지만, 영구채를 부채로 인식하게 되면 부채 비율이 급증해 자본잠식에 빠지는 기업이 등장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회계의 습격은 여기에 끝나지 않는다. 보험업계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도입 여파로 저축성보험 축소 등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고,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인수합병(M&A)과정에서 떠안은 영업권이 부메랑이 됐다. 실적 악화는 물론 부채 리스크, 신용도 추락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금융권 영구채 부채 부담, 보험사는 IFRS17에 영업환경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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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자본증권(영구채)의 습격에도 대비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회계상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제출했다. 영구채를 부채로 인식하게 되면 부채 비율이 급증해 자본잠식에 빠지는 기업이 등장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영구채를 발행한 국내 기업은 모두 73곳으로 발행 금액은 총 29조5338억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영구채를 부채로 분류할 경우 부채비율이 평균 51.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 김상만 연구원은 "금융회사의 부채 상승 폭이 크다. 금융회사의 부채는 영업자산 성격으로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을 적용하지 않고 대신(위험 가중) 자산 대비 자본비율(예 BIS자본비율)을 재무비율로 활용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 세계 각국의 의견을 취합하고 충분한 논의 절차를 거쳐 회계기준 개정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재계 M&A할 땐 좋았는데, '영업권' 부메랑

보험업계의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았다. 생명보험사들이 자본규제 강화에 대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면서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5조2422억원이나 급감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데다 가계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보험 해지를 고민하는 가입자가 늘었다. 금감원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등 자본규제 강화로 저축성보험 축소 등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백재호 변호사는 올해 초 한 세미나에서 "IFRS17과 K-ICS 도입으로 보험사의 요구자본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지급여력비율 하락이 예상된다"면서 "보험사는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이익잉여금 유보, 재보험 등을 통해 새로운 재무건전성 제도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구채도 부담이다. 2022년부터는 부채를 시가평가해야(IFRS17) 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침체로 실적이 나빠진 기업들은 영업권 리스크까지 걱정이다.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CJ CGV, 인터파크, 큐렉소, 한세실업 등은 지난해 피인수기업의 부실을 반영하면서 적자나 부진할 실적을 냈다.

롯데쇼핑은 영업외에 중국 할인점 폐점 관련 충당금 239억원 환입에도 영업권 상각 3488억원 등이 발생해 지난해 4분기 세전손실이 -4479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영업권 손상차손 524억원을 인식했다. 이에따라 작년 4분기에 당기순손실 463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롯데하이마트 영업권은 4분기 524억원 줄어든 1조6309억원으로 조정됐다. CJ CGV는 지난해 1885억원의 손실을 냈다. 터키법인 영업권 손상차손이 배경 중 하나다. 인터파크도 영업권 손상차손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연결기준 인터파크는 당기순손실 76억원을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회계처리도 제각각이다. 바이로메드와 셀트리온은 연구개발비 대비 자산 처리 비중이 높은 반면 한미약품과 신라젠 등은 개발비를 비용처리 하고 있다.

현승임 삼정회계법인 상무는 "경영진이 기업과 감사인의 역할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내부통제와 재무제표 작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회계부서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업의 주체적 회계정보 작성이 가능해지면 외부감사인도 기업 판단을 수용할지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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