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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권 유리천장 깨기



학창시절 나의 바람은 고통과 노력의 크기가 눈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아프다고 하는데 그것이 얼마만큼 아픈지 알 수 없고, 노력만 하면 된다고 하는 데 그 노력의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눈으로 보고자 했던 어떤 수치는 상대방의 아픔을 내 경험과 비교하기엔 그들의 아픔이 더 클 수 있었고, 그들의 성과를 보며 한없이 부러워하기엔 그 성과가 그들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일상화됐던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투운동이 불었고 올해는 버닝썬·김학의·장자연의 성범죄 사건 등 알고 있었지만 알지 못했던 것들이 드러나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아팠다고 하고, 가해자는 대부분 회피하거나 그것이 폭력인 줄 몰랐다고 말한다.

고통의 시기를 견뎌온 이에게 고통의 정도를 물어보는 것은 또다시 상처를 주는 행위일 수 있다. 그렇다면 고통을 수치화할 수 없고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 없는 지금, 그들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는 방법은 없을까.

올 초 금융권 화두는 유리천장을 깬 여성 임원 인사였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조직혁신을 위해 여성들을 배치했다는 것이었다. 배치된 여성 임원이 대단히 많아 보이지만 사실 여성임원은 4개 금융사( KB·신한·하나·우리) 평균 임원 100명 중 2.5명에 불과하다. 일반 대기업그룹 평균(3.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고작 2명 남짓 여성임원을 두고 유리 천장을 깼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이러한 변화가 기대된다. 그것이 그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해 또 다른 성범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 중심의 문화 속에서 여성이 자신의 불편함을 말하고 생존하기 위해선 현 문화를 만든 남성 임원만큼 여성 임원이 필요하다. 유리천장을 깬 여성임원이 많아질수록 여성의 다름이 불편이 아니라 보편화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여성 임원이 되는 과정은 여성들의 노력만큼이나 회사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들의 고통과 그들의 노력 정도가 온전히 드러날 수 있도록 유리 천장을 깬 여성임원이 2019년 화두로만 남지 않길. 유리 천장을 깬 여성임원이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않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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