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쇼핑, 베트남 최대 케이블 VTV cab 홈쇼핑 채널 구축
"물건만 파는 방송은 망해…"상품-콘텐츠 결합 승부수
'특송 시스템' 개발, 고객·기업·채널 연결해 신뢰 구축
박찬중 V쇼핑 회장. 사진/손진영 기자 son@
"그 여정이 바로 보상이다."
박찬중 V쇼핑(VSHOPPING) 회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IT 업계 전설 스티브 잡스의 말이 생각났다. 박 회장은 현재 한국의 혁신 라이프 스타일을 베트남에 알린다는 목표를 품고 현지에 쇼핑 채널을 구축했다. VTV cab 14번 'V쇼핑'이다.
V쇼핑의 베트남 방송 아이덴티티 영상. 제공/V쇼핑
V쇼핑이 자리한 VTV cab은 베트남 공영방송 VTV가 지분 100% 보유한 케이블 채널이다. 가입자 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합해 260만명에 달한다. 채널도 디지털 150개, 아날로그 70개 규모로 베트남 최대 케이블 방송사로 꼽힌다. 본사는 하노이다.
베트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케이블 방송에서만 쇼핑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 VTV cab이 가진 한국 기업 홈쇼핑 방송허가권은 4개. 이 중 3개는 CJ와 GS, 현대 등 대기업이 이미 차지했다.
그럼에도 V쇼핑이 단순 홈쇼핑 채널이 아닌 '한국 대표 채널'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차별화 전략 때문이다.
박 회장은 "핵심은 혁신"이라며 "지금까지 없던 마케팅으로 소비자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V쇼핑은 다른 곳에서 못 보는 상품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게 목표"라며 "창의적 콘텐츠와 신뢰받을 수 있는 고품질의 한국 상품을 결합해 최고의 쇼핑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V쇼핑은 5가지 'V'를 핵심 가치로 삼는다. ▲베트남(Vietnam) ▲고객 가치(Value) ▲다양한 경험(Variety) ▲젊음(Vivid) ▲트렌드 공유(V-log)가 바로 그것이다.
현지 홈쇼핑 플랫폼은 쇼호스트(상품안내자)가 나와 상품을 놓고 판매하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한국 홈쇼핑 판매 시스템과 유사하다. 또 현지 상품 비중이 높아 프리미엄 한국 제품은 거의 볼 수 없다.
V쇼핑은 제품을 드라마에 결합해 시청자 눈길을 사로 잡는다. 상품은 한국산 80%, 현지산 20%로 비중을 뒀고, 채널 아이덴티티 영상도 한국 스타일로 제작했다. 쇼호스트의 물건 판매보단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한국 상품에 대한 고객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돌리고 일종의 '동경심'이 생기도록 공략했다.
박 회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채널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 수 없고, 극심한 경쟁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V쇼핑이 상품 제시와 드라마타이즈 형태라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는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베트남의 지난해 1인당 GDP는 2790달러로 개방 전보다 12배나 수준이 높아졌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7.1%에 이른다. 박 회장이 베트남에 진출한 것도 현지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읽었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과 함께 부동산 시장이 발달하면서 아파트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박 회장에 따르면 VTV cab은 IP TV 가입자가 곧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제품이 홈쇼핑 프로그램에 방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현지 방송심의위원회 심사만 6주, 이·미용 제품과 식품의 경우 해당 식약청에 등록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상당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V쇼핑이 쇼호스트를 내보내 "몇 시간 남았습니다"라며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 이유는 고객 입에서 오랫동안 회자해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다. 단순히 그날 판매로 끝내는 게 아니라 제품과 미디어 콘텐츠가 오랫동안 구설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V쇼핑은 이를 위해 분기별 시장조사와 상품군 선호도 등을 분석한다. 또 방송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 SNS·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 셀럽과의 협업 등을 통해 채널을 알리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 '창의성'으로 해결해야 고객의 기억 속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V쇼핑을 준비하는데는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박 회장은 "V쇼핑은 대기업에 비하면 자본력이 부족하다"며 "판매 제품은 절대로 사입(도매구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물건은 의뢰받은 것 중 선별해 위탁 판매할 예정이다. 다만 업체가 '스몰마진' 구조로 힘들어하지 않도록 제품 가격을 깎지 않고 공급선은 지킨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또 일반 업체의 경우 안 팔리는 제품이 있으면 채널로부터 방송시간을 사서 팔아야 하지만, V쇼핑은 방송시간을 팔지 않는다. 유통 과정도 '상품기획-참여사 미팅-상품 준비 및 콘텐츠 제작-방송 편성 및 송출-상품 유통-정산'으로 단순화했다.
결제 방식도 일반적으로 하는 60일 단위 판매대금 정산이 아닌 한 달 단위로 한다. 박 회장은 "베트남은 신용카드 결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물류회사가 물건을 주면 돈을 받아와야 하는 구조"라면서도 "공급자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돈을 받는 게 (신뢰 구축에) 좋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결제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V쇼핑은 현재 특송 시스템 개발 중에 있다. 직배송 구조를 통해 고객과 채널, 업체 사이의 신뢰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분명한 것은 방송을 위해 물건이 좋아야 하고, 시청자를 위해 좋은 화면을 제공해야 하고, 공급자를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V쇼핑은 다음 달 말까지 시연 방송을 한 뒤 5월 1일 본 개국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