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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인간다움과 예술의 힘

홍경한(미술평론가)



대중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소식의 대부분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미담보다는 불확실성과 불안을 무대로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이다. 탐욕과 굶주림으로 빼앗고 빼앗기는 현실의 단면들이 주를 이루고, 증오와 폭력을 배경으로 죽고 죽이는 상황들이 일상을 이룬다.

사회의 축소판이랄 수 있는 온라인플랫폼에서도 증오와 폭력의 그림자는 짙다. 인간의 본성이 본래 사악해서든, 아니면 단지 주목받고 싶어서든 타자를 대상화한 노골적 혐오와 미움으로 새긴 글이 적지 않다. 경박한 욕망에 부역한 채 추상화된 진실성과 익명성에 동화된 타기(唾棄) 또한 거칠게 부유한다.

이처럼 자연자체를 제외하곤 방송, 신문, 온라인미디어 할 것 없이 숱하게 등장하는 세상사 속에선 선한 마음을 밑동으로 한 '인간다움'은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다. 존 레넌의 '이매진'은 여전히 상상에 머물며, 토마스 허쉬혼의 픽셀 콜라주처럼 오히려 모자이크처리 되지 않아야할 인간 존엄성을 비롯한 인간으로써의 품격, 교양 따위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하지만 의미 있는 예술은 이러한 현실과 상황에 저항하며 일그러진 시대 흐름에 문제의식을 투사한다. 예술가들은 폭력을 옹호하지 않으며, 어떻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또한 우린 누구인가라는 명제 아래 인간 공동체가 추구해야할 본질은 사랑과 희망, 서로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 화해에 있음을 자신만의 문법으로 제시한다.

일례로 작가 에밀리 자키르는 '카셀도큐멘타14'(2017)에서 1948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사라진 팔레스타인 마을 418개를 기억하자며 이들의 이름을 적은 텐트를 지었다. 행사의 성격을 고려할 경우 전쟁과 난민, 인종과 종교 등, 인류의 건강성을 해치는 다양한 갈등을 담고 있다고 여겨지지만, 넓게 보면 우리가 놓아서는 안 될 이타심과 경계 짓지 않는 삶이라는 화두가 중심이다.

작가 리밍웨이가 2013년 선보인 작품 '움직이는 정원'은 점차 희박해지는 사람사이의 순수한 감정을 다룬 작업이다. 갈라진 아스팔트 틈에 꽂힌 꽃을 가져가 모르는 이에게 '선물'하도록 한 이 작품은 그저 꽃을 전달하는 단순한 형식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진실한 교류와 관계 속에서 싹트는 인간다움의 소중함이 강하게 배어 있다.

비디오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2014년 작품 '순교자' 연작은 삶과 죽음이라는 초월적 세계를 언급하지만 인간의 의지와 행동, 희생의 숭고함에 관한 서술이기도 하다. 마치 성스러운 종교화를 대할 때의 느낌처럼 관람객을 경건함과 경이로움, 정화라는 씻김 속으로 밀어 넣는 이 작품은 가장 사실적이고 물질적인 재료를 통해 삶의 성찰을 강조하고, 지각할 수 있는 인간의 모든 가능을 응시한다.

이밖에도 인간 공동체가 추구해야할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지 되묻는 작가와 작품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들은 표현 방식에선 저마다 다르지만 레프 톨스토이가 『예술이란 무엇인가』(1898)라는 에세이에서 말한 것처럼 '예술은 사람과 사람을 결합시키는 수단'이라는 입장에 충실하다. 예술로 세계와 지역, 인종과 피부색, 권력과 신분의 유무 및 높낮이를 넘어 인류의 평등한 행복을 꿈꾼다는 측면 역시 공통되다.

물론 그 이면엔 인간이면서 인간답지 못한 예술가라면 그의 예술 역시 거짓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성찰도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참다운 예술은 동시대인들이 어떤 지점에서 세상을 바라봐야하는지를 일깨워준다. '인간다움'에 대한 자각을 소환하고 올바른 방향을 나타내어 보인다. 예술의 힘이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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