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사주속으로] 작은 실천이 대도(大道)를
한 방울의 낙숫물도 계속 떨어지면 바위를 뚫는 법이다. 어차피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한 말처럼 단 시일 내에 성과를 볼 수 있는 일도 있지만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때 더 큰 결실을 도모할 수 있는 법이다. 한 학생이 있었다. 타고나기를 공부엔 관심이 없다. 그저 장난만 치고 싶다. 학생의 어머니는 필자가 주석하고 있는 월광사의 신도이고 아버지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들러 인사를 나누곤 하는 처지다. 아들이 어렸을 때는 엄마 손을 잡고 종종 월광사에 오기도 했는데 지금은 벌써 자라 대학을 갈 시기가 되었다. 공부가 전부가 아닌 시절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들에게 딱히 운동이나 예술쪽방면에 재능이라 할 것도 없었기에 엄마는 종종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아이의 장래를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사주명조에 문창성이 보이지 않으니 공부에 두각을 나타내지 않을 뿐이며 아이의 사주 자체가 박복하지 않은데다가 처복이 좋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다만 아무리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아도 하루에 한자 고사 성어 한 구절만큼은 반드시 외우게 할 것을 주문했다. 중학교 들어갈 즈음에 한 당부니 어연 6년이 되어간다. 하루에 한 구절의 사자성어를 외우고 쓴다는 게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이것이 몇 년이 쌓이니 이 학생은 나름 역사와 사회에 대한 상식이 풍부해졌다. 수능 점수가 그렇게 높진 않았음에도 자신의 점수보다 높은 학교의 과에 원서를 냈다.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이 물었단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학생은 "매일 고사성어 하나씩 외우고 쓰며 세상의 이치에 대한 간접탐구를 하였습니다. 맨 처음에는 부모님이 공부가 싫어도 이것만은 해라! 해서 한 일이었는데, 세상사가 고사성어에 압축돼 있음을 느낍니다. 이를 통해 온고이지신을 삼고 있습니다." 순간 면접관들의 표정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단다. 그래서일까 합격통지를 받은 것이다. 학생은 일간이 기토(己土)로 인수격의 사주다보니 한문공부가 인생에 도움이 되는 구조였기에 당부한 것이었는데 기묘한 사주명조의 이치가 들어맞는 또 하나의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