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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명박의 세 가지 약속



의자 등받이를 힘겹게 붙잡던 노신사가 결국 고집을 꺾고 자리에 앉았다. 변호인의 부축이 없으면 일어서지 못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보석 허가 이유를 설명하는 재판부 앞 증언석에 힘 없이 주저앉았다. 6일 낮 12시 7분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원 밖으로 속보를 쏘아올린 기자들은 "(보증금 10억원 등) 조건을 받아들일 지 10분간 변호인과 상의하라"는 정준영 부장판사의 말에 멈칫했다.

휴정 시간 내내, 법정에선 "재판부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했다"는 측근들의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솔로몬이 내린 판단의 이면에는 감당하기 벅찬 약속의 무게가 있다.

정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에게 "재판에서 느꼈겠지만, 재판은 현재의 피고인이 과거의 피고인과 대화하는 과정"이라며 "본인이 기소된 범죄 사실을 하나하나 다시 읽고 과거를 찬찬히 회고하라"고 당부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이 뒤를 돌아보았다"는 그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첫 문장은 이렇게 다시 쓰였다.

이번 보석의 핵심은 피고인의 방어권이다. 1심 당시 증인신청을 하지 않던 그의 태세 전환은 2심 시작과 동시에 비난을 샀다. 하지만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증인들의 폐문부재(문 닫히고 사람이 없음), 구속 기한인 다음달 8일 전에 재판을 끝내자는 검찰의 태도를 보면, '피고인 이명박'을 향한 검지 손가락을 접게 된다.

그러니 이 전 대통령은 건강해야 한다. 매일 한 시간 넘게 운동하고 성실히 재판에 임하라는 정 판사의 말은 조언이 아닌 명령에 가깝다.

재판부는 앞으로 소환을 피하는 증인에게 구인 목적의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법원이 4월 3일까지 소환한 증인만 9명에 이른다. 이제 이 전 대통령은 그들과 촌각을 다투는 기억 싸움을 벌여야 한다. 강훈 변호사가 강조했듯, 그의 뇌물·횡령 혐의를 가늠할 전달책의 진위를 가려야 한다.

회고록을 쓸 때 전직 대통령의 원칙은 명확했다. "사실에 근거할 것, 솔직할 것, 그럼으로써 후대에 실질적인 참고가 될 것." 두 번째 회고록이 될 그의 재판에서, 법원의 엄포에 모습을 드러낼 공동 집필자들은 이 원칙을 요구받게 된다. 그리고 이 전 대통령 역시 책을 쓰던 6년 전의 그 약속을 떠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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