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의 미래] (上) 1%도 못쓰는 檢 기소권 견제장치 '재정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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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의 미래] (上) 1%도 못쓰는 檢 기소권 견제장치 '재정신청'

최종수정 : 2019-03-04 15:31:13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담장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나온 지 8개월이 지났지만, 검경 갈등과 추락한 수사기관 신뢰가 무거운 과제를 보태고 있다. 메트로는 2회에 걸쳐 부실한 검찰 기소권 견제장치와 검경 신뢰 문제를 진단한다.

서울중앙지검과 고검. 이범종 기자
▲ 서울중앙지검과 고검./이범종 기자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직접 공소제기 여부를 묻는 재정신청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수사와 기소로 사기 피해 금액을 일부 돌려받을 수 있지만, 검찰의 불기소 판단과 법원의 재정신청 기각률이 높아 피해를 구제할 길이 막막하다는 지적이다.

◆법원, 검찰 기소독점 견제 무관심

A씨는 2007년 12월 B 법인을 내세워 피해자 C씨가 운영하던 9억원(임대차보증금 1억5000만원) 상당의 서울 소재 스포츠센터 인수 계약을 맺었다. 계약·양도·완공시 5000만원을 지급하고, 잔금 7억원은 연 24% 고정이자로 낸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자신의 장인이 군 장성 출신이라고 소개한 A씨는 C씨에게 '군인공제회 군사문제연구소 자금을 투자 받아 C씨 사업장 인수를 시작으로 10여개 스포츠센터를 개장할 예정'이라며 1년 넘게 접근했다.

하지만 투자에 나선다던 군인공제회 개발팀은 존재하지 않았다. 계약금 1000만원 지급 직후 10억원 상당의 장기 회원권을 판매한 A씨는 잔금이자를 처음 두 차례만 지급하고 회사를 부도처리했다.

잔금 7억원과 이자 6억원을 받지 못한 C씨는 2010년 A씨와 B사 대표 등을 검찰에 사기죄로 고소했다. A씨는 자기 자본과 투자금도 없이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등 처음부터 피해자를 기망하려는 의도가 명백했다고 C씨 법률대리인은 판단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은 자료 부족을 이유로 2011년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이듬해 C씨가 항고했지만, 서울고검 역시 기각했다. 즉시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했지만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피의자의 지인으로 수사 협조 의사를 가진 유력한 참고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한 검찰이나, 재정신청을 기각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남용을 묵인한 법원의 결정이 대단히 아쉽다"고 말했다.

사기사건 기소가 중요한 이유는,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형사재판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민사재판에서 승소한들 피의자가 차명계좌를 둬 본인 재산이 없다고 하면 피해액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C씨 변호인은 "피의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이 없는 상태로 민사상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면서도 "지금까지 그의 재산이 없어 강제집행을 할 수 없고 변제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 고소를 하는 이유는 피의자 처벌도 있지만, 합의 등으로 피해액을 변제받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검찰과 법원이 형사상 고소·항고·재정신청 등에서 제대로 심리하지 않아 피해자의 고통은 더 커지고, 피의자는 이런 상황을 역이용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서울 법원종합청사. 이범종 기자
▲ 서울 법원종합청사./이범종 기자

◆재정신청 인용률 1%도 안돼

불기소 결정에 대한 검찰의 항고 기각률은 대체로 높은 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의 항고 기각률은 1998년 72.6%, 2008년 69%, 2017년 75%다.

법원 역시 검찰의 판단을 따르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재정신청사건 기각률은 2014년 97.95%(2만720건 중 2만17건 기각·182건 공소제기결정), 2015년 98%(2만2053건 중 2만1618건·168건 공소), 2016년 95.34%(1만9317건 중 1만8417건·99건 공소)다. 이를 뒤집으면 법원의 공소제기결정은 각각 0.87%, 0.76%, 0.51%로 1%가 안 된다. 이에 대해 현직 법관은 "지검과 고검에서 내부적으로 두 차례 걸러냈으므로 법원이 다시 본들 기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재정신청 사건을 충실히 심리하지 않아 기각률이 높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행법상 재정사건의 심리는 공개하지 않는다.

재정신청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펴 검사의 기소권 독점을 제대로 견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정신청제도는 검찰의 기소독점·편의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1954년 도입됐다. 이후 유신 시절 검찰권 강화를 이유로 무력화됐다가,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고소인이 모든 범죄에 대해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고발인의 경우, 공무원의 직권남용과 수사·사법기관의 불법체포·감금·폭행·가혹행위 등에 한해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이범종 기자
▲ 서울중앙지검./이범종 기자

◆"재정담당 변호사에 기소권 줘야"

현재 국회에는 고발인이 모든 사건을 재정신청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표발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계류중이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한국형사법학회·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5년~2016년 만든 '재정신청제도 개선을 위한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개선안)'이 반영됐다.

법률안에는 고소인으로 한정된 재정신청권을 고발인으로 확대하고, 미진한 수사를 보완해야 한다는 학계의 조언이 담겼다. 한영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정신청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개선안을 소개하고 "권력형 부패·비리사건이나 재벌 등에 의한 경제범죄의 경우 돈이나 권력으로 피해자를 회유할 가능성이 있다"며 고발인의 재정신청권 확대를 강조했다.

법안은 또한 검찰에 우선 항고하지 않고 법원에 바로 재정신청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국민의 선택권을 넓히는 방안이 담겼다.

신청 사유가 '수사 미진'일 경우 재정담당 변호사에게 2달 간 보완수사를 명하는 방법도 포함됐다. 한 교수에 따르면 형소법 개정 전에는 헌법재판소가 수사 미진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취소했다. 하지만 이를 재정신청이 대체하면서 법원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본다는 원칙을 지키느라 기각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또한 현행법은 당초 불기소처분을 내린 검찰이 공소를 수행하게 해 공정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제3자인 재정담당변호사에게 검사의 권한을 주고 공소를 맡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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