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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세종대왕·이순신 장군 동상 없는 광화문광장



기자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구령대를 중심으로 양옆에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학생들이 이 위인들처럼 훌륭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어른들의 기대와는 달리 아이들은 '밤 12시가 되면 세종대왕이 깨어나 책장을 넘기고, 이순신 장군이 그 목을 벤다'는 해괴망측한 괴담을 퍼뜨리며 킬킬거렸다.

지난달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터 잡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 존치 문제로 들썩였다. 시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새 광화문광장 설계안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 동상은 세종문화회관 옆으로, 세종대왕 동상은 정부서울청사 앞으로 옮겨진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순신 장군은 1968년부터 반세기 넘게 광화문을 지킨 역사적 상징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옮기지 말아야 한다', '두 위인 모두 현 위치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 등 동상 이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오갔다. 그런데 '동상을 모두 철거하자'는 주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제 우크라이나 정부 관할 지역에는 더 이상 레닌 기념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비아트로비치 우크라이나 국가기념물 연구소장의 이 말은 동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상은 우상화의 수단이자 이념의 상징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 전역에 세워진 볼셰비키 혁명 지도자 레닌의 동상 1320개를 모두 철거하며 구 소련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미술사학자 조은정은 "철저히 발주자의 의도와 취향에 맞춘 동상이 사회에 유통되고 있다"며 "동상이 근대에 생산된 관념적 이미지에 지배받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세종로에 설치됐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충무공 동상은 호국 안보를 제1의 가치로 삼는 '군사주의의 표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세종대왕 동상 건립에도 불구하고 세종의 정치철학의 핵심인 소통과 위민 정신은 가시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훌륭한 인물이라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이미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위인은 마음에 새기자.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의 공간 광장에 동상이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동상을 철거하고 광장을 비워 시민에게 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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