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09년 이후 10년간 금융투자업의 덩치는 커졌다. 특히 투자은행(IB)의 자기자본(자본총계)이 커지고 투자은행 수익 규모도 4배로 늘어나는 등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자본시장의 자금 중개 기능은 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업 자금조달 경로별 규모 및 비중 추이/자료=자본시장연구원
◆ 은행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자금 조달
자본시장법 도입 이후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기업의 자금 조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경로는 크게 은행 대출(간접금융)과 자본시장(직접금융)으로 나눌 수 있다.
자본시장법은 은행대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실제 2008년까지는 기업의 자금 조달에서 은행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80%를 웃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이는 크게 역전됐으나, 이후 다시 지속적으로 은행 대출의 비중이 70%선까지 증가했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2009년 크게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법 도입 전인 2008년 이전에 비해 절대값은 늘었났지만 여전히 은행 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기업 부문의 자금조달에서 내부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98%에 달하며, 특히 대기업의 경우에는 오래전부터 내부자금이 투자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이다"고 설명했다. 기업 부문의 외부자금 조달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 중소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 높여야
기업의 자금 조달에서 자본시장의 역할을 강화하려면 외부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이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연구원은 "외부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자본시장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모습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시행 직전인 2008년 말 기업이 은행 대출을 통해 조달한 자본금은 약 68조 5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대기업은 약 23조 6000억원을, 중소기업은 약 45조원을 빌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을 은행에서 조달했다.
2008년 말 기업이 회사채나 주식 발행 등 자본시장을 이용해 조달한 자금은 2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자본시장법 시행 10년이 지난 2019년 1월에도 은행 기업 대출은 7조 6487억원이었다. 이 중 대기업의 은행 대출은 3조3824억원,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은 4조2663억원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은행 대출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반면, 같은 시기 동안 기업이 회사채 발행 등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액수는 2조 9812억원으로 기업의 전체 자금 조달 비중의 약 28%였다.
조 연구원은 "실물(기업)부문의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및 신생 혁신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것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계가 담당해야 하는 '모험자본 공급'의 기능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