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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134) 부모의 진로교육이란

김민 데일리폴리 정책연구소장. 동시통역사·정치평론가·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봄이 가까워지면서 다음 달 초부터 돌아오는 가을, 겨울까지 강연 섭외가 심심치 않게 오고 있다. 전국의 기업체, 지자체, 종합병원, 대학, 공무원연수원, 인재개발원 등은 필자가 자주 강연을 가는 곳들이다. 교육에 관심과 열정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초·중·고, 교육지원청 및 교육청 등 교육기관 강연의 비중을 오래 전부터 어느 정도 두고 있는 게 필자의 입장이다. 시간과 수입만 생각하자면 교육기관 강연은 매력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걸 알면서도 지속하고 있다면 필자는 교육에 대한 열정 아니면 바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각지를 다니며 학부모 대상 진로강연과 자녀와의 소통에 대한 강연은 다년 간 정말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고 다녔다. 그런데 얼마 전 새해 첫 학부모 대상 강연으로 지방의 한 교육청에서 연락을 받았다. 역시 자녀와의 소통과 부모로서의 진로교육에 관한 주제였다. 셀 수 없이 많은 강연을 다녔지만 문득 진로교육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의문이 생겼다. 적어도 백번 이상을 그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도 말이다. 한 인간의 진로에 대해 조언하고 얘기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이 할 수도 없으며 무책임한 말을 내뱉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아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얘기로 강연 시간만 채워서도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삶의 여정에서 인간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며 방황하는 것은 사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이나 의사 같은 특정 직업군이 아닌 이상 적잖은 사람들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한 가지 일에만 종사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리 부모들이 자녀를 교육할 때 누구나 저지르는 대표적인 실수가 있다. 자녀의 적성과 감성 및 수학능력을 고려하지 않은체 성인들의 관점에서 소위 세상에서 폼 나는 직업 몇 가지를 정해놓고 알게 모르게 자녀들에게 기대와 강요를 반복하곤 한다. 각자가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자. 혹시 내가 그런 부모는 아닌지 말이다. 컴퓨터에 CPU라는 것이 있다. 구태여 해석하자면 '중앙처리장치(central processing unit)'이다. 즉 컴퓨터의 전반적인 성능을 총체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에게도 각자의 CPU가 있다. 그것은 노력으로 바뀌기보다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자녀의 CPU를 고려하지 않은체 무조건 다방면에서 최고의 성능을 기대하는 것이 대한민국 부모들의 보편적 사고이다. 자녀들의 CPU는 결국 부모들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아이들의 생활에 항상 과부하가 생기니 성격장애, 인격장애, 탈선, 폭력, 대인관계 등 많은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다.

필자와 같이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사람들도 적잖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자신도 경험해보지 못한 얄팍한 이론상의 지식이나, 넓고 깊이는 없는 계란지단 같은 인터넷 지식으로 아무말 대잔치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세상은 특히 대한민국의 교육 정서는 모든 일에 만능인 사람만을 요구한다. 4차산업을 대비해 창의적 인재, 융합형 인재 등 많은 단어들은 잘도 만들어내면서 정작 우리 아이들에게 창의적이고 두루두루 융합할 수 있는 환경을 우리 기성세대와 부모들이 과연 얼마나 현실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는가에 대해 솔직해보자.

아이들의 인생을 망치는 것은 아이들 자신이 아니라 환경이다. 그리고 그 환경은 결국 우리 기성세대들이다. 필자에게도 세 명의 아들이 있다. 내가 잘했던 것을 내 아이들이 잘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 녀석들 각자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며,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며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다. 진로교육이나 진로강연을 한다는 사람들이 스스로도 못해 본 것을 마치 자신의 경험 마냥 은근히 자신의 자랑만 늘어놓는 강연을 적잖이 접하면서 씁쓸하다 못해 불쾌한 심정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들을 가장 이상적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우리 아이들 각자가 어느 정도의 CPU를 가지고 있는지를 부모로서 냉정히 받아들이고, 그 아이가 지닌 CPU를 가지고 그 범위 내에서 최고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된다. 부모인 우리들이 우리들에 의해 태어날 때부터 만들어진 우리 자녀들의 CPU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만큼을 발휘할 환경도 만들어주지 못하면서 과부하만 부추기는 것이 결국 부모교육의 가장 큰 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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