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피해 상해자 모임은 14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앞에서 출범식과 기자회견을 열어, 군복무 상해피해자들의 고충을 쏟아냈다.
이날 군피해 상해자 모임은 "CRPS(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을 비롯해, 국방부의 의료체계, 군복무 부적응 등에 대한 군 당국의 책임있는 개선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행사 참가자들은 군대에서 직무와 근무수행 중 각종 사고와 사건으로 육체적 불구·정신의 피해를 입었지만, 적시에 치료할 골든타임을 놓쳐 만성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이었다.
특히 군복무 중 구타로 뇌사에 빠졌다 의식을 회복한 박준기 씨, 군복무 중 CRPS라는 난치병에 걸린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자신들의 힘겨운 삶을 직접 밝혔다.
박 씨는 1994년 군복무 중 신속한 교통사고 처리를 위해 경찰에 자신 신고를 했다가, 헌병대 수사 과정에서 주요장기가 파열돼,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사고 당시의 기억을 많이 잃었다.
박 씨는 "당시 헌병대 관계자들이 경찰 등 민간으로부터 건내받은 사고 자료를 조작했고, 자신이 병원에서 투신했다는 수사결과를 냈다"면서 "기억이 일부 회복되면서 내가 투신하지 않았다는 확식이 들어 재수사요청을 했지만, 군 당국은 이를 묵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육진훤(26)·진솔(25) 두 형제의 어머니 유선미 씨는 "두 아들이 군복무 중 부상을 입고 희귀병인 CRPS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군 당국이 초동진료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아들이 마약성 진통제 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태가 됐다. 군 당국은 결국 두 아들을 모두 강제전역 시켜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CRPS는 극형의 고문을 받는 수준의 고통을 느끼는 병인데, 바람결 같은 미세한 자극에도 두 아들은 큰 고통을 느낀다"며 "나처럼 자식이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는 부모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하기 위해 이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군복무 중 가혹행위 피해자였던 아들이 '군복부 부적격자'라는 낙인을 받은 이미선 씨는 "외상후 증후군(PTSD)의 잠재적 피해자를 막기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군 당국의 '현역부적합 심의'를 비판했다.
이 씨의 아들은 가혹행위로 인한 PTSD로 서울지방보훈청의 보훈보상 대상자로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씨의 아들을 '의병 전역 심사'가 아닌 '현역 복무 부적합 심의'를 거쳐 제2국민역(전시근로역)으로 강제 전역시켰다.
이날 오전 국방부청사에서 행사를 마친 이들은 오후에 국가인권위에서 군복무 중 상해를 당한 피해자들의 힘든 현실을 전달했다.
군피해 상해자 모임의 백현민 대표는 "우리는 군이 장병의 고통을 방관하는 것을 두고보지 않을 것이다. 군이 끝까지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면서 "오는 16일에는 박준기 중사 살인미수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윤도한 국민소통위원장에게 약속이행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