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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심리카페] "사랑의 블랙홀-두더지의 날"

진성오 당신의마음연구소장



십여 전에 나온 미국 영화 한 편이 있다. 한국 제목은 창의적인 기획자의 참신한 아이디어 덕분에 물리학과 인문학적 소양이 결합된 '사랑의 블랙홀'이라고 지어졌다. 원제는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다. 직역하면 '두더지의 날' 뭐 이런 제목이 된다.

최근 영화들에서 자주 나오는 소위 '타임 워프'의 옛날 영화로 생각되지만 영화가 주는 교훈은 필자가 읽은 어떤 불경보다 불교적이다. 혹시 감독이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아닌가 할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받은 영화이다.

한 방송사의 기상 캐스터가 봄을 알린다고 하는 두더지의 예언을 듣기 위해 축제가 열리는 시골로 찾아간다. 거기서 참신한 느낌으로 일기 예보도 하며 마을 행사를 알리는 방송을 한다. 그러나 기상 캐스터는 삶의 일상이 무의미하고 허무함하고 모든 것이 지겹고 무기력한 남자 주인공으로 죽지 못해 사는 매일의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다. 그렇게 지루한 삶을 저주하며 잠이 든다. 다음날이 되었지만 지루한 삶을 한탄한 죄에 대한 벌을 받는다. 그 벌은 하루가 무한대로 반복되는 시간워프였다. 끝없이 매일이 영원히 반복된다. 하루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모든 것이 정확하게 똑같이 벌어지고 당사자만 이 사실을 안다. 이것은 마치 한 부분의 영상을 무한 반복해서 보는 것이고 니체의 말대로 '영원회귀'인 것이다.

무슨 짓을 해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인 아침 6시에 같은 라디오 방송을 알리는 알람이 켜진다. 주인공은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억겁의 시간을 무한 회귀되는 하루를 맞이하는 것이다. 아마 사람들도 역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주인공처럼 행동할 것이다. 온갖 짓을 다한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필자라도 매일이 어김없이 같은 일상이 한 번도 빠짐없이 무한 반복됨을 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다. 주인공도 필자와 같은 생각인 듯 별별 행동을 다한다. 정확하게 같은 물웅덩이에 발을 밟게 되고 길을 건거 가던 중 노숙자가 심장마비로 죽는 것을 매일 본다. 그리고 똑 같은 방송 촬영을 하고 그렇게 지겨운 일상은 무한 반복된다. 매일이 똑같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완전히 반복되는 하루이다. 다만, 주인공만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딱 하루만으로 다시 모든 것이 새로 다시 세팅된다.

지긋한 반복에 지쳐서 은행을 털고, 동네의 미인들을 유혹하여 하룻밤을 자고-말 그대로 하룻밤이다. 심지어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차를 몰고 절벽으로 돌진한다. 하지만 그래도 잔인하게 어김없이 다음날 6시에 같은 라디오로 같은 시간대에 같은 날을 시작하는 것이다. 죽음도 이 삶의 무한 반복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자포자기도 시간 안에 있는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무한 반복이니 무엇을 하던지 정확하게 같은 날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 사실만은 달라지지 않는다.

영원의 회귀다. 그러던 주인공은 자신이 이 영원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마을 사람들을 위한 작은 선행을 행하기 시작한다. 죽을 줄 알지만 심장 마비를 일으킨 노숙자를 살리기 위해 인공호흡을 하고 식당에서 떨어뜨려 깨질 수 있는 컵을 미리 알고 막아주며 자신을 수억 번을 봤을 것 같은 피아노 선생님을 찾아가서 매번 첫 수업을 등록하고 피아노를 배운다. 결국, 피아노 선생님은 본인만 모를 뿐 이미 뛰어나 실력을 가진 남자 주인공을 매번 처음 신입생으로 맞이하여 레슨을 하기도 한다.

더 많은 이야기가 영화에 있다. 나머지 내용은 독자들이 직접 보기를 권하고 필자는 영화를 보면서 '이거 어디선가 많이 읽어본 것 같은데 하지만 뭔가 더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 닿네? 라는 생각으로 가만히 따져보았다. 곧 깨달은 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주인공의 경험이 어쩌면 우리가 말하는 윤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윤회가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윤회라는 것이 같은 시간이 무수히 반복되면서 우리가 영원히 같은 경험을 마치 새 것인 것처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영원히 고통 받는 것이라면 이 영화는 정확하게 그 사실을 오마쥬한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불교에서의 깨달음은 어딘가에 앉아서 도를 닦거나 눈을 감고 명상을 해야 하는 어려운 것으로 설명하는 듯 하지만 영화는 무한 영겁의 시간을 벗어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허무하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타인을 위한 사랑과 봉사의 행동을 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것이 궁극적인 부처님의 말씀 아닐까?

그나저나, 봄을 알려주는 두더지가 한국에도 있으면 묻고 싶다. 여기는 언제쯤 봄이 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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