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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기동향

[R의 공포]①한국경제 패닉, 'R'의 공포는 이미 현실





#. 1991년 10월 빌리 타인 선장이 이끄는 어선 안드레아 게일호. 대서양 북부의 항구 글루체스터에 입항한다. 배 안에는 네 명의 어부들과 함께 큰 돈을 벌기 위해 배를 탄 바비가 타고 있다. 그러나 출항 후 악천후가 계속되고 남쪽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폭풍으로 변해 배를 뒤흔든다. 천둥과 번개가 쉴 새 없이 내리꽂는 칠흑 같은 바다, 악마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파도, 거대한 파도 아래는 뒤집어지기 직전의 배들이 아우성이다.

2000년 조지 클루니가 주연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장면이다.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세계경제의 미래를 예언하며 쓴 뒤 '공포의 경제'를 빗댄 상징 처럼 됐다. 올해 한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꼭 이런 모양새다. 한국은 폭풍 한 가운데 떠 있는 배라고 할 수 있다. 파도가 출렁이면 금세 뒤집힐 수도 있다.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했다. 품목별 1위인 반도체 수출이 27% 줄었고, 지역별 1위인 대(對) 중국 수출은 15% 감소했다. 국책연구소인 KDI는 작년 11월 이후 3개월 연속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는 107만 3000명으로 비교 가능한 연간 통계가 제공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푹풍을 헤처나갈 나침반과 선장이 절실한 때다.

◆ 곳곳에 위험신호



반도체는 지금껏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흔들리면서 우려가 커졌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6%로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고,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도 점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제전문가(이코노미스트) 7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4%가 향후 2년 내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답했다.

G2 경제가 흔들리면 반도체 등 한국경제에 좋을 게 없다. 실제 지난해 11월 반도체 출하 지수는 전달보다 16.3% 하락했다.

2008년 12월(-18%)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7% 줄어든 10조8000억원의 4분기 영업이익을 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경제동향 1월호'(그린북)에서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고용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반도체 업황 등 불확실성이 지속된다"고 최근 우리 경제를 평가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기업들이 좀처럼 곳간 문을 열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설비투자지수는 1년 전보다 10.0% 떨어져 전월의 일시적 상승(9.4%)에서 하락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가장 큰 복병으로 투자 위축을 꼽는다. '투자 저하-생산 감소-일자리 감소-소득 감소'라는 국민경제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 질 수 있어서다. 기업투자 경영환경이 '사면초가' 위기에 놓이면서 취업자 가운데 20·30대의 비중이 줄어드는 등 고용환경 악화가 이미 현실이 됐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전망도 암울하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제조업의 1분기 시황 전망은 83, 매출 전망은 85였다. BSI는 100일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전 분기보다 '개선'을, 그 이하면 '악화'를 의미한다. 특히 반도체의 1분기 매출 전망 BSI는 90에 그쳤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도 97.2를 기록해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미래가 불확실해서다. 한국경제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남녀 10명 중 7명은 올해 경제를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 저하와 가계빚 때문이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환경을 보면 '나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G2(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성장률 하락, 실업률, 소비 침체 등이 복합적이어서다. 최악의 경우 디플레이션이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 수석연구위원과 강중구 연구위원은 '글로벌 리플레이션 현상 진단' 보고서에서 "세계교역 위축과 보호주의 압력으로 생산기반이 해외로 계속 나갈 경우 국내 생산기반이 약해지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제의 비효율성을 제거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내수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성장 활력을 높임으로써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투자 끌어낼 유인책과 규제 완화 동시에

"한국 경제 상황은 국가 비상사태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 받아들이는 게 해결의 첫걸음이다."(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경제학 교수 런던 특파원들과의 인터뷰 중(中)) 재앙 수준은 아니지만 지금 준비 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닥칠수 있다는 경고다.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삼성·현대기아차·LG·SK 등 4대 그룹 총수 등을 대거 청와대로 초청,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총수들을 다그친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투자 유도 방안과 규제 완화에서 답을 찾으라고 말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제조업 내 공급 과잉을 완화하는 동시에 민관 투자 계획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구조적으로 투자 환경 개선과 규제 혁신에도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경총포럼에서 "상법, 공정거래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개정은 기업들 입장에서 부담이 크고 경영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한 뒤 "우리나라는 규제가 여전히 너무 많다. 국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업종이나 산업에 있어서는 최소한 국제적 기준에 비슷한 규제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마찬가지로 노동유연성도 최소한 다른 선진국이나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만 해달라는 게 경제계의 의견이다. 어느 나라든 기업가 정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기업들이 잘 돼야 경제가 발전하는데 우리는 지금 그것이 잘 안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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