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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12>"사랑도, 와인도 시간이 필요해"

-영화로 맛보는 와인 ③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안상미 기자



"사랑도 와인 같아. 시간이 필요해. 숙성이 필요하거든. 그리고 시간이 지난다고 상하지 않거든."

사이가 멀어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장'의 아내가 사랑 이야기에서 최고의 순간은 처음 몇 개월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묻자 장이 답한 말이다. 이런 깨달음에 그들의 사랑도 와인 처럼 시간을 견뎌내고 그윽한 향과 맛을 더하게 된다. 그들 뿐만 아니라 반감을 가졌던 아버지와도 10년 간의 시간을 켜켜이 쌓아 화해하고, 오해로 어긋났던 남매들도 숙성으로 제 맛을 내게 된 와인 처럼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프랑스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은 장남인 장과 둘째 '줄리엣', 막내 '제레미'가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부르고뉴 와이너리에서 함께 와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부르고뉴는 최고의 와인이 생산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영화는 포도의 재배와 수확, 양조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부르고뉴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中 부르고뉴의 사계절 장면 캡쳐



고요한 풍광과 달리 와이너리를 둘러싼 상황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부르고뉴 포도밭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아버지가 세 남매의 공동소유로 남긴 와이너리의 가치는 60억원에 달하지만 상속세 5억원이 문제다. 뭐든 팔지 않으면 상속세를 낼 수 없고, 팔아버리기엔 할아버지 대부터 이어내려온 와이너리에 애정과 추억이 너무 많다.

영화적 설정 뿐 아니라 실제 최근 부르고뉴에서 많이 발생하는 문제다. 한 세대를 지나 증여나 상속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폭등한 와이너리 가치에 비례해 세금부담도 커졌다. 와이너리를 지키려면 집이나 보관 중인 와인을 모두 팔아야 한다. 그거로도 모자라면 포도밭의 일부를 떼서 세금을 감당해야 한다.

세 남매가 고민 중인 해결책도 다르지 않다. 집을 팔려고 했지만 양조장이나 포도밭을 제외하고 집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고, 와인만 팔아서는 상속세 전부를 감당할 수 없다. 막내 제레미의 장인이 제안한 것처럼 실제로도 포도밭은 팔되 이전 소유주가 계속 포도 재배는 할 수 있도록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오른쪽부터)둘째 줄리엣과 장남 장, 막내 제레미가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할아버지의 와인을 맛보고 있다.



포도밭을 팔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서는 투닥거리면서도 와인에 대한 열정은 세 남매가 누구 하나 뒤쳐지지 않는다. 원제가 '우리를 이어주는 것(Ce qui nous lie)'이었던 것처럼 와인을 세 남매를 끈끈하게 엮어준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이들은 할아버지의 와인과 아버지의 와인을 맛본다. 같은 포도밭, 같은 양조장에서 만든 와인이지만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그 맛은 다르다. 포도를 언제 수확할 지, 줄기를 어느 정도 제거하고 와인을 만들지, 오크통에 담긴 와인을 언제 병에 넣을지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양조자의 판단에 따라 와인의 맛은 크게 달라진다.

세 남매는 서로 힘을 합쳐 둘째 줄리엣이 그만의 와인을 만들 수 있도록 와이너리를 지켜준다. 일 년 뒤 맛본 줄리엣의 와인은 차분하다. 한편으로 강하기도 하고. 셈세한 면도 있고, 복합적이다. 딱 줄리엣을 닮았다.

"잊고 있었다. 프랑스 겨울은 끝이 없다는 것을. 땅을 일구다 보면 내 소유가 된 듯이 느껴진다. 땅문서나 재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땅이 내게 속한 듯한 느낌이 들 때면 나도 땅에 속해 있다는 게 보이기 시작한다." 장은 고백한다. 그가 어디에 있든 동생들과 와이너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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