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주식시장에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가 커지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산타랠리란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과 신년 초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연말 소비 증가에 대한 기대, 배당을 목적으로 한 투자수요 증가 등이 겹치면서 기대되는 이벤트다. 증권가에서는 연말을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는 주식시장에 큰 상승세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실물경제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일평균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은 8조4000억원으로 10월(9조6000억원)에 비해 12.5% 감소했고, 올해 월간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또 12월 들어 지난 11일까지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877억원으로 역시 연간 최저수준의 거래량을 보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9월 이후 하락추세다. 월간 기준으로 11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9조6135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5월(12조4985억원)보다 23.1% 줄었다. 이달 10일 기준으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9조7230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란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할 때 '레버리지 투자'를 한다. 신용거래융자가 감소하는 것은 그만큼 주가 상승을 예측하는 투자자의 수가 감소했다는 뜻이다. 또 주가 하락이 예상돼 서둘러 신용융자를 상환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증시에 자금이 돌지 않자 주가도 약세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2.09% 하락했다. 연 초 대비 16.79%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마찬가지다. 이달 수익률은 마이너스(-)4.99%, 연 초와 비교하면 17.21% 내렸다.
보통 연말과 연초에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다. 이른바 '산타랠리' 기대감이다
실제 메리츠종금증권이 2000년대 이후 코스피, 코스닥의 주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12월 마지막 주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경우는 코스피 13번, 코스닥 12번으로 각각 68.4%, 63.2% 확률로 상승했다. 1월 첫째주 플러스 수익을 기록한 확률 역시 각각 66.7%, 94.4%로 나타났다. 또 12월 마지막주와 다음 해 1월 첫째주 누적 수익률은 평균 1.56%, 4.02%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산타'가 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불확실한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과 국내 경제 위축 우려 때문에 주가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7%, 내년도에는 2.6%, 2020년에는 2.5%로 점진적으로 하강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봤다. 또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내년 코스피 주요 상장기업(164개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198조5563억원으로 전망했다. 6개월 전 추정치(217조792억원)보다 8.7% 쪼그라든 수준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변수들이 나타나야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주가도 반등하기 마련인데 지금은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경기둔화 ▲유럽의 정치 불안 ▲중국의 환율 변화 등 세 가지 부담 요인이 잔존하는 한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또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켰고 신규 주문 감소, 글로벌 교역량 감소와 같은 실물지표 부진으로 나타나고 있어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관망세가 짙어졌다"면서 "올해는 산타랠리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