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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사절, 고용 한파에도 1년 안 돼 사표 던지는 '요즘 것들'

역대 최악의 고용 한파에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신입 직원들이 '까라면 까'라는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를 강행하고 있다.(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유토이미지



#. "이 박스 안에 있는 서류 중에서 개인정보 포함된 것만 따로 분류해서 파쇄기에 좀 넣어줘. 내가 저녁 약속이 있어서 지금 나가야 하거든"

대기업 신입사원인 이소영(27·가명) 씨는 팀장의 지시를 듣는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연말 업무 보고 때문에 며칠째 자정 넘어서까지 일하는 그에게 팀장이 잡무까지 떠맡기고 정시 퇴근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소영 씨가 다음날 팀장에게 "이 정도는 직접 해도 되는 일 아닌가요"라며 따져 묻자 그는 "내가 막내일 때는 선배들이 이런 거 지시 안 해도 알아서 눈치껏 다 했는데, 요즘 애들은 뭐만 시키면 꼬박꼬박 말대꾸"라며 핀잔을 줬다.

소영 씨는 "우리 팀 꼰대(팀장)는 어려운 일은 무능해서 못하고, 잡일은 하기 싫어서 안 하면서 연봉은 7000~8000만원 씩 가져간다. 팀장 때문에 회사 때려치고 싶다"고 말했다.

#. "자네는 기본이 안 되어 있어. 윗분들 술잔이 비어 있으면 타이밍 맞춰 따라 드리고 해야지"

지난해 공기업에 입사한 김정현(28·가명) 씨는 꼰대 상사 때문에 사표를 썼다. 김 씨는 "업무 능력이 1년 차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상사가 기본 운운하며 충고를 하는 걸 보면 정말 우습다"며 "일을 못 하니까 업무적인 면에서는 전혀 터치를 못 한다. 꼰대가 유일하게 잘하는 '의전'만 강요한다"고 비꼬았다. 김 씨는 "팀장이 맨날 '너 나 무시하냐?'며 화를 낸다"며 "당연히 무시하고 있다. 꼴같잖은 충고는 넣어두고 본인 일이나 잘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역대 최악의 고용 한파에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신입 직원들이 '까라면 까'라는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를 강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성세대들은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일을 지양해야 한다며 젊은 세대로부터 대접받거나 존중받으려는 태도를 버리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17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의 취업경쟁률은 평균 35.7:1로 2015년 32.3:1보다 10.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의 2016년 조사에 의하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로 2014년 25.2%에 비해 2.5%p 증가했다. 좁은 취업문을 어렵게 통과하고도 1년 안에 회사를 떠나는 신입이 4명 중 1명이란 뜻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 이유로는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가 가장 많았다"며 "조기 퇴사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조직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검토가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청년들의 첫 직장 근속기간도 줄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브리프에 실린 '청년의 첫 직장과 잠재경제활동인구'에 따르면, 첫 직장을 그만둔 청년들의 일자리 평균 근속기간은 15개월로 11년 전인 2007년 18개월에 비해 3개월 줄었다. 퇴사 사유로는 '근로여건 불만족'의 비중이 2004년 39.4%에서 2017년 51%로 11.6%p 증가했다.

꼰대는 근로 환경을 악화시키는 '퇴사유발자'였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750명을 대상으로 '꼰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사내에 꼰대가 있다'고 답했다. '꼰대 때문에 퇴사하고 싶었던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8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퇴사'를 행동으로 옮겼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올해 3월 기업 인사담당자 657명을 대상으로 벌인 '퇴사자 현황과 변화' 조사 결과 1년차 이하 신입사원의 퇴사율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율이 가장 높은 연차는 '1년차 이하'가 49%로 가장 많았고, 2년차(20.9%), 3년차(13.4%), 4년차(5%)가 뒤를 이었다. 직급 역시 '사원급'이 61.4%로 가장 많았다.

신입들의 잦은 이탈로 인사 담당자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기업 인사담당자의 55.5%가 퇴사자 발생 시 '공백기로 인한 업무 차질'을 가장 염려했다. 직장 내 사기저하(19.1%), 대체 인력 채용을 위한 비용 발생(13.1%), 정보·기술 등 유출(3.6%), 관계사·고객 등과의 관계 차질(3.3%) 등도 우려했다.

매킨지코리아는 지난 6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2018 기업문화 혁신 콘퍼런스'에서 "우리 기업문화는 여전히 '청바지를 입은 꼰대'에 머무르고 회의감만 커졌다"며 "기업문화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는 만큼 총체적인 변화전략부터 먼저 수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제희 맥킨지 파트너는 "최근 바텀업(bottom-up) 혁신이 강조되며 소통, 자율 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변하자'는 주입식 캠페인 외에 구조, 프로세스의 변화가 병행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원인과 해법을 관통하는 체계적 전략 없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공적 조직변화를 위한 4대 원칙으로 ▲체계적 문제진단 ▲명확한 개선목표와 조직원 공감 ▲전방위적이고 동시다발적 변화 ▲작은 성공 만들기 등을 제안했다.

임홍택 브랜드매니저는 그의 저서 '90년생이 온다'에서 "과거 70년대생과 그 이전 세대에게 충성심이라는 것은 회사에 대한 것이었지만, 90년대생에게 충성심은 자신과 본인의 미래에 대한 것이다"며 "충성의 대상과 의미가 달라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90년대생을 위한 조직 문화 개선 방안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충성도에 회사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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