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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0대 메리 대구, 잘 살고 있나요



'청년 백수가 꿈 따윌 좇아도 되느냐'는 물음에 "네"라고 대답한 드라마가 있다. 2007년작 '메리 대구 공방전'은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황메리와 무명 무협소설가 강대구의 연애 이야기다. 서른 살 메리와 스물아홉 대구는 매일 주저앉고 싶은 자신과 싸우며 동네 약수터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들은 대기업을 방불케 하는 동네 슈퍼 아르바이트 공채, 데뷔 무대인 줄 알았던 건강식품 판매 공연 앞에서 눈물에 젖었다가 단단히 굳어간다.

작품은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지나가는 치타 역할을 맡은 메리가 스태프의 부름에 "네"라고 대답하며 끝난다. 대구의 작품 '풍운도사와 백팔번뇌'는 뒤늦게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선택과 후회뿐인 인생에서 남들의 시선은 무시할 수 없다. 조만간 SNS에 게시될 새해 다짐부터 직장과 연봉에 이르는 척도들이 그렇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6 한국의 직업정보'에 따르면, 황메리의 직업인 '연극 및 뮤지컬 배우'의 수입은 평균소득이 5번째로 낮다. 평균대로라면 그는 1년에 1481만원을 번다. 소설가인 대구는 1544만원을 벌어 9위다. 두 사람이 번 돈을 합쳐야 1년에 3000만원을 겨우 넘는다. 세간의 눈으로 볼 때 이들은 잘못된 선택으로 빈곤한 연말을 맞은 셈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불행할까. 나는 요즘 꿈과 이상을 현실과 흥정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연말 기획 인터뷰 '희망 2019'의 첫 주자인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언론사 편집국장 자리를 박차고 제주도 해안가를 올레길로 이었다. 변호사 신분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해 1년 넘게 수감됐던 백종건 변호사는 4주짜리 훈련에 '아니오'를 외쳤다. 2박 3일짜리 관광지였던 제주도는 이제 걷기 여행의 중심지가 됐다. 올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결정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마련의 길이 열렸다.

세상을 뒤흔든적도, 대단하지도 않은 메리 대구는 이제 40대가 되었다. 아직 11년 전의 "네"를 기억한다면, 두 사람은 내년에도 글을 쓰고 무대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자기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우리 중의 누군가, 언젠가 그것을 해낼 당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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