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 알죠."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했을 때다. 이 곳의 중개업자는 신규택지 후보지나 3기 신도시 예상지 등을 술술 읊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느냐고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다.
'모른다'는 대답은 오히려 정책을 수행하는 쪽에서 자주 나온다. 최근 3시 신도시 후보지 개발 도면 유출 사건에 대해 관계 기관 관계자는 "회의할 때 외부 관계자가 몰래 도면을 사진으로 찍어갔다는 얘기가 있다"며 "그런 식으로 유출한다면 알 도리가 없다. 아무도 몰랐다더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다. 정책을 집행·수행하는 기관의 관계자들이 비공식적으로 도면을 유출하거나(LH의 공공택지 후보지 도면 유출 의혹), 공식적으로 보고받았으나 사전에 공개하거나(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의 신규택지 후보지 유출) 정책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하면 강남의 부동산, 지역민, 다주택자 등이 자신 있게 '우리는 다 알죠' 할 수 있는 구조였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국토교통부의 사후약방문식 정책이다. 지난 9월 신창현 의원은 9·21 공급 확대 정책이 발표되기 전에 신규택지 후보지 8곳을 유출했다. 당시 택지지구 조성 후보지로 지목된 곳의 인근 땅값이 뛰었고 사전 정보유출로 투기거래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신 의원이 유출한 8곳의 후보지 중 광명, 의정부, 시흥, 성남, 의왕 등 5곳을 그대로 9·21 대책에 포함해 발표했다.
그리고 두 달 후, 이익 볼 사람은 이익을 다 챙겨간 뒤인 지난 21일 국토부는 '공공주택지구 보안관리지침(관리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공공택지 사업 후보지에 대한 자료를 생산하거나 취득하는 공공주택사업자와 관계기관의 보안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관련 문서를 대외비로 관리하고 문서 표지에 처벌 규정 등 보안 주의사항을 붉은색 글씨로 표기하게 된다. 보안서약서를 통해 누설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옹색하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선 대출 규제, 수요 억제 보다는 자정 작용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