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트협회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상인단체로 구성된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 회원들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북측광장에서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1차 자영업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가맹점 카드수수료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1조원이 넘는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를 예고하면서다.
금융감독원은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논의 결과에 따라 이달 중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여신협회 등 관련 기관과 카드수수료 최종 원가 산정 결과 발표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국은 올해 발표된 수수료 인하분 7000억원에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 등을 줄이면 3000억원까지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놓고 소상공인과 카드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자영업자 등은 수수료 부담으로 소상공인이 고통받고 있고 카드수수료가 대기업과 비교해 차별적으로 높다며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카드업계는 카드수수료 인하 시 카드업계 종사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업계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하고 있다.
◆ 카드수수료 "대기업과 차별" vs "0.7%는 아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마트협회 등 20여개 상인단체들로 구성된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 철폐 전국투쟁본부는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자영업 1차 총궐기대회를 열고 "카드수수료가 대기업의 3.3배로 차별적"이라며 카드수수료를 대기업 수준으로 인하해줄 것을 주장했다.
투쟁본부는 이날 결의문에서 "지역경제와 골목상권을 지켜온 자영업자들을 위기로 내몬 근본 원인은 대기업의 독과점과 감당할 수 없는 임대료, 그리고 가맹비 수탈구조 및 대기업보다 3배 높은 심각한 카드 수수료 차별"이라며 "현재 (규모) 5억원 초과의 자영업 가맹점은 카드수수료가 2.3%지만 대기업은 0.7%"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드수수료 차별 철폐 ▲가맹점의 카드수수료 협상권 보장 ▲원가산정 중소상인 가맹점 참여 보장 ▲체크카드 수수료 대폭 인하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실제 대형가맹점이 내는 수수료가 영세업자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0.7%의 낮은 수수료율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0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의 지난해 평균수수료율은 1.91%로 연 매출 5억원 초과 일반가맹점에서 적용된 평균 수수료율 2.08%에 비해 0.17%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관계자는 "0.7% 카드수수료율은 특정 1개 업체의 적격비용 체계 도입 전 수수료율"이라며 "지난 2012년 적격비용에 따른 수수료 산정체계로 변경되고 난 뒤에는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반대 천막농성에 앞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마케팅 비용, "막대하다" vs "부담 전가 안 돼"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가맹점 카드수수료 개편은 카드사 마케팅 비용으로 혜택을 보는 곳이 더 많은 부담을 지는 방향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즉 고객에게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이는 쪽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카드사 마케팅 비용이 6조원 이상일 정도로 상당히 많은데 이를 합리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면서 "마케팅 비용 조정 전까지는 단기적으로 (카드사 경영 실적에) 영향을 받겠지만 (비용 조정을) 하다 보면 순이익이 불합리하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점협회는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 막대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맹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마케팅 비용이 결산기준 6조700억원으로 전체 카드수수료 수입 11조7000억원의 50% 이상이었다. 특히 이 비용은 대기업 가맹점에 편중돼 실질수수료율이 마이너스인 가맹점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카드업계는 마케팅 비용이 있기에 소비자편익을 키우고 시장규모를 늘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기준 마케팅비용 90%는 카드소비자 혜택에 사용되고 있고 순수 광고선전비는 3.4%(2083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신협회는 "통신사, 백화점, 가전 등 모든 업종에서 마케팅 비용은 공통적으로 발생하므로 유독 카드업계만 수수료와 직접 결부시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며 "프로모션 등에 의한 마케팅 비용은 해당 가맹점과 카드사가 균등 분담한다"고 말했다.
◆ 카드수수료, "인하해야" vs "구조조정 우려"
전국금융산업노조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등 카드사 노조 관계자들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있는 민주당 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벌인 뒤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카드사 노조는 지난 10년간 9차례에 걸친 카드수수료율 인하 정책으로 현재 카드산업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가맹점협회는 카드사 당기순이익이 카드결제금액과 결제비중 증가로 매년 평균 2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9%나 증가했기 때문에 카드수수료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헤 카드업계는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사실상 전년 동기 대비 31.9% 감소했다고 반박했다. 가맹점협회가 인용한 금감원 통계는 감독목적에 따른 대손준비금 적립 후 기준으로 산출된 실적이기 때문에 이를 보고 당기순이익이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카드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였다. 카드사 5곳(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3207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1.7% 줄었다. 여신협회는 올해 7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65조원으로 전년 대비 25.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하 조치가 내려질 경우 카드업계 종사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경호 카드사 노조협의회장은 "우리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소상공인에 대한 수수료를 낮추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모든 부분을 카드 수수료에 전가할 경우 결국 피해가 전부 카드업계 종사자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카드사 노조 관계자도 "정부와 여당은 근본적 해법을 모색하기는커녕 카드수수료를 희생양으로 삼아 가짜 굿판을 계속하고 있다"며 "카드수수료가 중소상공인, 대기업 가맹점 구분 없이 일괄 인하되면 이는 카드사 노동자의 삶을 위협할 뿐 아니라 재벌 가맹점에만 이익이 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