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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카풀 정착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남쪽의 귤나무를 북쪽으로 가져와 심었더니 귤이 열리기는커녕 탱자가 열렸다. 기후와 풍토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옮겨 심은 탓이다. 사자성어 귤화위지의 유래다.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문제도 이런 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같은 사안일지라도 다른 곳에선 문제가 없던 것이 우리나라에 오면 바뀔 수 있어서다. 그 사회의 역사, 전통, 분위기, 인식 등에 따라 새로운 열매가 탄생한다.

논란을 겪고 있는 '카풀' 문제도 이와 유사하다. 우버가 그랬다. 우버는 가치가 135조원에 달하는 세계적 기업이지만 2013년 한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택시업계의 반발과 불법성 논란으로 2년 만에 철수했다. 다른 나라에선 '혁신'으로 불렸지만 한국에선 '불법'으로 각인됐다. '카풀 도입=생존권 박탈'로 인식하는 목소리 강한 택시업계가 있는 환경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5년이 지났지만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 갈등은 여전하다. 지난달 카카오가 카풀앱 출시를 예고하자 택시기사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와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오는 22일에는 국회 앞에서 2차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가 예정돼 있다. 지난달 16일 게시된 '카풀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은 13일 오후 3시 기준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 기간 내 동의자 20만명을 넘겨 청와대 및 정부 부처 관계자가 공식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카풀이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택시업계의 반발 때문만은 아니다. 안전에 관한 이용자의 우려도 존재한다. 일례로 카풀 업체는 운전자의 음주 이력을 조회하지 않는다. 차와 운전면허증, 보험증서만 있으면 누구나 기사 신청을 할 수 있다. 오히려 해외의 운전자 자격요건이 더 엄격하다. 미국의 카풀회사는 범죄기록 등 신원 조회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면허 취득 후에도 음주운전이나 약물 복용 이력이 있으면 퇴출된다.

미국 뉴욕시는 우버가 안착한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의 경우에도 택시업계가 우버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뉴욕시는 '선진입 후규제'를 택했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과 교통 문화가 발달하는 상황에서 우버를 규제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사용자들이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그랬던 뉴욕시가 우버의 일상화로 교통 혼잡이 심해지고 수입이 감소한 택시기사들의 자살이 늘자 최근 승차공유 업체의 신규 면허를 1년간 동결했다. 중국에서는 디디추싱의 카풀 서비스를 이용한 여성 승객들이 성폭행 당한 후 피살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심야 차량 연계 서비스를 중단하고 승객과 기사 간 모든 대화를 녹음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른 환경에선 달콤한 귤이었던 것이 한국에선 시큼한 탱자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기득권의 반발로 논의조차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의 환경을 조성하는데 책임이 큰 쪽은 정부다. 정부가 결단을 못 내리고 지지부진하는 사이 택시업계는 무조건 반대만 외치고 공유경제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에 미칠 긍정적·부정적 파장을 면밀히 검토해 현명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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