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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119)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

김민 데일리폴리 정책연구소장. 동시통역사·정치평론가·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부산 일가족 살해 사건이 최근 이슈가 되었다. 연인에 대한 분노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데이트 폭력이나 과거 배우자에 대한 폭행 및 살인사건은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한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폭행을 가하거나 살해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감정의 조절능력 부재와 분노조절장애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사실상 작금의 대한민국은 분노조절장애가 만연해 있다. 다만 그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이 자신의 그런 장애에 대해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다. 보복운전이나 뉴스를 장식하는 각종 싸움과 살인사건 등이 조절장애 즉 감정의 절제 및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대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단 뉴스에 나오는 극단적인 사건의 당사자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부분이 적잖이 존재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나와 다름을 쿨하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그냥 인정해야 한다. 어떠한 갈등이나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각자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는 남의 탓을 하고, 남을 증오하고, 심지어 그것이 폭력이나 살인으로까지 진화하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 중 하나는 감정을 통제하고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립보행이나 불의 사용 등 그런 원초적인 능력보다도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야말로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상대에게 잘못했으면 사과할 줄 알아야 하고, 상대를 탓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해 내가 좀 억울하더라도 상대를 포용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목소리 큰 것이 강한 것이고, 예민하고 공격적인 것이 더 강하고 멋진 것이 결코 아니다. 인간은 짐승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를 무력으로 제압하기보다 설득과 이해와 대화를 통해 상대의 감정까지도 자발적으로 변화하도록 만들 줄 아는 것이 세련된 인간관계이자 본인을 돋보이게 하는 관계의 전략이자 처사이다. 우리는 그런 가장 이상적이고 정상적이고 필수적인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 의견이 상대에게 관철되지 않는다고 해서 분노가 생기고 그것을 폭력으로까지 드러내는 것은 연인관계든 부부관계든 애정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다. 그것은 비정상적 집착에 불과하며 지극히 육적인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집착과 사랑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그런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할 줄도 알아야 한다. 사람의 관계는 절대로 일방적일 수 없는 법이다.

인간은 언어 하나에도 저마다 다른 격이 느껴지기 마련이고 표정과 숨소리 하나에도 그 사람의 품격과 총체적인 됨됨이가 드러나고 느껴지기 마련이다. 외관상 강한 것은 결코 강한 것이 아니며, '외유내강' 이라는 말처럼 반듯하고 분명하며 스스로에게는 어질 수 있어야 한다. 유한 언어와 미소 짓는 얼굴이 상대의 긴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고 모든 협상과 대화가 가능하게 한다. 감정에 감정으로 맞서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모습으로는 서로 간에 갈등과 다툼과 분쟁만 증폭시킬 뿐이다. 남에게는 분노를 일으킬 정도로 극단적인 잣대를 적용하면서 스스로에게는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얘기도 있지 않나. 평생을 자신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면서, 옷깃만 스쳐도 상대에게는 정죄하고 판단하고 비판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아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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