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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제2금융

돈 있어도 지갑닫는 가계...은행에 파킹?

은행에 쌓아둔 가계 금융자산이 3700조원을 웃돌고 있다. 불투명한 경기 전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돈을 쓰지 않고 저축하는 가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잇따른 부동산 규제와 주식 시장 부진으로 투자처를 잃은 가계의 돈이 저금리를 감수하고 은행권에 쏠린 것도 또다른 이유다. 지갑을 닫은 가계가 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침체 악순환의 고리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22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이하 가계)의 전체 금융자산은 3731조7000억원으로 작년 말(3667조6000억원)보다 64조원 이상 늘었다. 가계의 금융자산 중 현금 및 예금은 1625조1011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43조5690억원이 증가했다. 가계의 금융자산 증가액 가운데 현금 및 예금의 비중도 68.01%를 차지했다. 현금 및 예금 통계는 요구불예금 등 결제성 예금과 저축성예금 뿐만 아니라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금전신탁, 표지어음을 포함한다. 이는 경기 부진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뿌리 깊게 자리한 영향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실업률은 3.6%로 2005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악화의 중심에 서 있는 40대 취업자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만3000명이나 줄며 고용률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포인트 감소했다. 30대도 취업자 수가 10만4000명 감소해 고용률도 0.2%포인트 줄었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2.9%와 2.8%에서 각각 2.7%로 낮췄다.

국제 유가까지 오르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비용 증가와 소비자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져 경기 둔화를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다. 올 들어 급등한 '장바구니 물가'와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맞물려 서민에게 특히 부담이 집중될 전망이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갑을 닫고 저가 제품에만 돈을 쓰는 이른바 '립스틱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 사는 A씨는 "지난 주말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아울렛 매장을 다녀왔다. 이월 상품으로 나온 겨울 패딩 2벌을 장만했다"면서 "겨울철 난방비와 임대로가 벌써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1일 기자가 찾은 L마트의 식품 코너에는 유통기간이 임박한 식재료들이 주인을 기다리다 지쳐 시들해 있었다. 매장 직원 A씨는 "가격을 내려도 선뜻 지갑을 여는 손님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 안쓰는게 버는 것?

8년 차 직장인 안쓸래(36·가명) 씨는 악착같이 모은 1억원을 어디에서 불릴 지 고민이다. 주식이나 파생결합증권(ELS)은 복잡하고 자칫 원금을 까먹을 수 있어 선뜻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저축성 예금에 넣자니 찜찜하다. 물가 등을 감안하면 손해보는 장사여서다. 부동산 갭투자(전세 끼고 집 매입)도 생각했다. 하지만 정부가 돈 줄 죄기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아예 생각을 접었다. 결국 그는 프라이빗뱅커(PB)의 권유로 '수시입출금 예금'에 넣어 두기로 마음먹었다.

은행에 일단 넣어 두고 보자는 '파킹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8월 말 기준 가계 부문 시중통화량(광의통화·M2)은 1391조2568억원(원계열, 평잔기준)나 됐다. 지난해 말 1350조600억원 보다 41조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M2는 언제나 원하는대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을 말한다.

경기를 살리려고 금리를 낮춘 것인데 이렇게 돈 쓰기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의 경우 고용시장에서 '재기'가 힘들어 돈 쓰기가 겁난다. 구조조정의 연쇄 사슬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들이 힘들어지면서 고용시장이 불안해지고, 개인은 언제든 파산의 길로 내 몰릴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박성준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자산이 안전자산 위주로 증가한 것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자산에서 안전자산 비중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65.2%로 저점을 기록하고 나서 지난 2015년 74.2%까지 올랐다.

돈 있는 사람도 나름 이유가 있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손실 가능성이 적은 은행에 돈을 맡기고, 다른 투자 기회가 나타나면 언제든 돈을 빼서 쓰려는 생각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일자리를 늘리고, 실직에 따른 재교육, 재사회화 시스템을 구축해 가야 한다"면서 "속도감 있는 구조개혁과 과감한 산업 구조조정으로 경제 전반에 파생되는 위험을 줄이는 것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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