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들의 4분기 체감경기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 내수부진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수출·내수기업 경기전망이 동반 하락했다. 자동차부품·기계·철강 등 기존 주력산업 기업이 경기 전망을 더 어둡게 전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분기(10∼12월) 국내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 전망이 더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14일 밝혔다. 대한상의가 지난달 10∼21일 전국 제조업체 약 2천200곳을 대상으로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보다 12포인트 하락한 75로 집계됐다.
대한상의 기업경기전망지수는 100이상이면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이하이면 그 반대다.
제조업 체감경기 전망은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수출기업의 4분기 경기전망지수는 87로 직전 분기(93)보다 6포인트 떨어졌고, 내수 부문은 72로 직전 분기(85)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K-뷰티'나 'K-의료' 등 한류 산업을 이끄는 화장품(108)과 의료정밀기기(102)만 기준치를 웃돌았다.
반면 기존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66) ▲기계(69) ▲철강(70) ▲조선·부품(70) ▲목재·종이(70) ▲IT·가전(73) ▲정유·석화(74) ▲섬유·의류(74) 등은 하위권으로 처졌다. 지역별로는 전남(100)과 강원(100)만이 기준치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경남(60) ▲경북(67) ▲경기(68) ▲충북(68) ▲대구(71) ▲광주(77) ▲울산(77) ▲전북(80) ▲서울(81) ▲충남(81) ▲인천(84) ▲부산(85) ▲대전(93) ▲제주(95) 순으로 다른 모든 지역은 체감경기가 안 좋았다.
특히 국내기업 3곳 중 2곳은 올해 실적 목표치를 채울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연초 세운 영업이익 목표치 달성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62%가 '미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목표치 미달을 예상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내수시장 둔화(79.3%)와 고용환경 변화(36.6%)를 주로 꼽았다. 미·중 무역분쟁 등 보호무역주의(13.2%), 환율 변동성(12.6%), 기업 관련 정부규제(12.5%) 등도 뒤를 이었다.
또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72.5%는 최근 우리 경제가 '중장기 하향세에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시적 경기 부진'(20.9%)이라고 응답한 기업이나 '회복세 지속 혹은 전환기'(6.6%)라고 응답한 기업보다 많았다.
조성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기업의 경기 체감이 단기적 위축보다 구조적으로 중장기적 생산성 하락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기업의 자유로운 사업 도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등의 구조적 변화를 하루빨리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