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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리틀헝거'와 '그레이트 헝거'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부시맨들에게는 두 종류의 굶주린 자가 있대. 리틀 헝거(Little Hunger)와 그레이트 헝거(Great Hunger). 리틀 헝거는 물질적으로 굶주린 사람이고, 그레이트 헝거는 삶의 의미에 굶주린 사람이래."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Burning)'에서 나오는 등장인물 '해미(전종서)'의 대사다. 영화는 이 시대의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 속 자화상를 그리고 있다. 헝거는 해미 처럼 취업난, 청년 부채, 꿈을 향한 도전과 실패 등으로 좌초된 젊은이들의 삶을 담아낸 '메타포(metaphor)'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물질적인 굶주림을 염려하는 리틀헝거가 되고 있다. 그들의 거창한 꿈이 떠안을 가난이 개인부채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7.8%가 학자금 대출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학자금 대출이나 농어촌 대출을 받았다가 갚지 못한 연체자는 최악의 경우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부터 신용유의자란 딱지가 붙는다. 지난해 기준 2576명이 장기연체자가 돼 급여 압류 등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몇몇의 청년들은 꿋꿋이 그레이트 헝거를 꿈꾸고 있다.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최정원(27) 씨는 지난달 4학년 2학기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1000만원 대출을 받았다.

그는 "주위에서 현실과의 타협하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1000만원으로 공무원을 준비하라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기 어려웠다. 이럴 땐 눈에 보이지 않는 꿈이 나를 자극한다"고 토로했다.

영화 속에서 그레이트 헝거를 동경하는 해미의 취미는 판토마임(pantomime)이다. 보이지 않는 물질을 있다고 믿고 그것을 밀치고 끄는 행위 예술. 그는 보이지 않는 귤을 손으로 집고, 허공에서 그 귤의 껍질을 벗겨 입에 넣는 묘기를 종수(유아인)에게 자랑스레 보여준다.

연출자는 해미의 판토마임을 통해 청년들과 어떤 교감을 나누고 싶었을까. 혹 희망이 없는 시대에서 청년에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보다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의 차이가 더 크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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