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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비정상 한국경제, 아노말리 증후군] <8-2> 무분별한 혐오, 재벌은 무조건 나쁜놈?

한미일 10대기업 GDP 대비 매출 규모./뉴시스



최근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화두 가운데 하나로 여성혐오, 난민혐오, 동성애혐오 같은 '혐오'가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재벌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정 사안이 발생하면 개별 팩트와 관계없이 재벌은 무조건 '나쁜놈'이라는 혐오감을 깔고 해석한다는 의미다.

이런 재벌에 대한 혐오감은 흔히 각종 문화콘텐츠를 통해 발산된다. 예를 들어 1000만 관객이 본 영화 '베테랑'에서 주인공은 유아인이 맡은 재벌2세는 마약을 하며 감정 폭주를 제어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악당이다. 영화 '내부자들'에서도 재벌이 맡은 역할이란 일말의 감정이입조차 못하게 만드는 악의 본산이다. 문화콘텐츠가 약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경우가 많지만, 일방적으로 악역을 시키는 상황은 그만큼 우리 국민이 재벌을 일방적으로 혐오하고 있는 정서를 반영한다.

그렇지만 과연 재벌-대기업에 관련된 일가 모두가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사회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2015년 12월 23일 열린 보수-진보 합동토론회에서 보수 쪽 발제를 맡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재벌의 불공정성과 불평등 심화는 과감한 제도개혁을 통해 근절하되, 정당한 기업활동과 기업경쟁력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쪽 장하성 경제개혁연구소 이사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재벌구조는 과거 계획경제시대에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루는 성공적인 전략이었으나, 이제는 한국 경제의 혁신적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다. 재벌이 적어도 과거 한국 경제 개발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데는 의견일치가 된 셈이다.

현재 국내 10대 기업의 매출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는 9월 5일 한·미·일 3국의 지난해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연간 매출액과 GDP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은 6778억달러로 GDP(1조5308억달러)의 44.3%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2곳의 매출을 합치면 GDP의 5분의 1이나 된다.

학계와 노동계, 정치계등은 재벌을 개혁대상으로 본다. 그렇지만 매년 국내 상위권 대학 졸업생은 재벌 계열사 입사를 최우선으로 선호한다. 한편 로맨스 드라마의 여주인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연애상대의 큰 비중은 재벌 2세가 차지한다. 이를 빗대서 우리에게 재벌이란 '(내가 되기를) 욕망하면서 (내가 아니기에) 혐오하는 존재'라는 표현도 제기된다.

뉴스 등에 보도되는 재벌가 사람의 도덕과 품성, 각종 행위가 일반인에 비해 월등하게 뒤떨어진다는 검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악당처럼 일반화시켜서 혐오하는 것은 사회통합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 많다. 드러난 재벌의 '갑질'이나 '범죄'는 정상적인 사법체제를 통해 처벌하고 배상시키면 되지만 막연한 재벌혐오는 어떤 건설적인 움직임도 만들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결국 재벌이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사회 경제의 큰 기둥이란 점을 인정해야 이런 모순이 해소될 것이다. 여성문제나 난민문제에서 보듯 혐오는 본래 막연히 나와 다르다고 여겨지는 낯선 자들이 나를 위협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나온다. 여성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세상에서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남성 전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뀐다. 취업이 어려워진 하층민은 멀리서 온 이주자가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박탈감에 난민을 혐오한다.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게 되면 특정대상을 무조건적으로 미워하는 데서 탈출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재벌혐오는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와 기회불균등이 가져온 네거티브적인 감정이라는 분석이 도출된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주요 관심은 투자와 고용이다. 작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기업의 투자와 채용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었다. 현대차가 23조원 투자와 4만5000명 고용, SK 80조원과 2만8000명 고용, 삼성은 180조 원 투자와 4만명 고용, 한화 22조 원 투자와 3만5000명 고용 등으로 대기업 8개사가 2023년까지 투자 규모 389조 원, 신규 채용 규모는 23만 명을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은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기초가 될 거라 기대하고 있다. 재벌의 불법 행위를 처벌하는 것도 별도로 현재 투자와 고용을 통해 한국 경제의 엔진을 돌리는 큰 힘이란 점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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