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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새로나온 책] 청년 시절



J. M. 쿳시 지음/왕은철 옮김/문학동네

196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과 제도)'가 절정에 달해 있었다. 인종 간의 갈등과 반목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샤프빌의 경찰서 앞에서 경찰이 유색인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전국에는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당시 케이프타운 대학교에서 수학과 영문학을 공부하던 쿳시는 대학 교내에까지 경찰 병력이 동원되는 상황을 개탄하며, 자신의 오랜 꿈이자 소명을 실현할 때가 됐음을 깨닫는다.

"흑인과 백인 사이에는 결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양쪽 모두, 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린을 켜는 폴이나 그 같은 사람들이 이 땅에, 남아프리카라는 땅에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핑계를 대며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사실은 동정심보다 깊고, 공정한 거래보다 깊고, 호의보다도 깊은 것이다"(34쪽)

"시는 감정을 풀어놓은 게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시는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탈출이다. 하지만 개성과 감정을 가진 사람만이 그런 것들로부터 탈출하고 싶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안다"(103쪽)

"경험. 이것이 그가 자신을 스스로에게 정당화하기 위해 기대고 싶은 말이다. 예술가는 가장 고귀한 것에서부터 가장 저급한 것까지 모든 걸 경험해봐야 한다. 최상의 창조적인 기쁨을 경험하는 것이 예술가의 운명인 것처럼, 그는 비참하고 추하고 굴욕적인 삶의 모든 것을 떠안을 준비를 해야 한다"(260쪽)

노벨문학상과 부커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남아프리카의 대가 J. M. 쿳시의 자전소설. 존재의 중추신경을 건드리는 작가 쿳시의 자전소설 3부작 중 두 번째인 '청년 시절'은 혁명의 소용돌이로 혼란에 빠진 남아프리카를 떠난 그가 런던에서 진정한 예술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십 대 시절을 다뤘다. 책에는 작가의 실제 삶과 소설적 허구가 뒤섞여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작품 속 내용이 '작가의 실제 삶이냐 아니냐'가 아닌 존이 처한 '심리적 현실'이다. 심리적 현실이란 젊은 예술가의 내면을 휘젓는 감정과 딜레마이자 정치적 폭력에 무자비하게 노출된 개인의 고뇌이다.

쿳시는 진실을 위해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는 것도, 여기에 허구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소설적 허구 때문에 사실을 왜곡시킬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실만을 추구했다. 책은 과거의 오점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작가로 자신을 재창조해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진실하게 그려냈다. 288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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