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김모 전 부장검사가 13일 오전 항소심이 기각되자 마스크를 쓰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이범종 기자
후배 검사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모 전 부장검사가 13일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부(이성복 부장판사)는 이날 강제 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장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근무중이던 지난 1월 중순 회식 자리에서 후배 여검사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는 지난해 6월 중순 업무로 알게 된 검사 출신 여성 변호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도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안태근(52·사법연수원 20기)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을 계기로 지난 1월 31일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 회복 조사단'이 출범한 이후 첫 처벌 사례로 주목받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항소심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의 공소가 '공소장 일본주의(公訴狀 一本主義)' 원칙에 위배된다며 법리오인을 주장했다. 형사소송규칙 118조 2항은 '공소장에는 규정된 서류 외에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등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원심에서 공소장 기재 방식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리가 진행됐다"며 "이렇게 법관의 심증이 형성된 단계에 이른 경우, 더 이상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하며 그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의 사실 오인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공소장에 일부 수긍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해도, 전체적인 구성요건을 살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가 원심 판결 이후 일부 피해자와의 합의서를 제출했지만, 원심 선고 자체가 김 부장판사의 무거운 형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항소 기각 선고를 들은 김 전 부장검사는 3초간 고개 숙인채 움직이지 않다가, 이마를 짚은 채 비틀거리며 법정을 나섰다. 이후 화장실을 두 차례 오가던 그는 '상고 계획이 있느냐' '면직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