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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시세

"요즘 누가 집 보고 사요"…부동산 광풍에 신(新) 트렌드?

갭투자가 낳은 기현상, 매도자 절대 우위 시장에 집도 안보고 매매 추세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채신화 기자



"요즘 집 안 보여줘요. 그냥 조건 맞으면 사는 거지."

매도자 절대 우위 시장이 형성되며 매수할 집을 구경도 못하는 분위기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매물 품귀 현상이 지속되자 '살 거면 사고 말거면 말아라'는 식이다. 특히 갭투자가 한몫했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한 다주택자는 세입자를 붙잡기 위해 전전긍긍이다. 부동산 광풍에 기이한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는 것.

12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집값 과열 지역의 매매 시장이 까다로워졌다.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오르자 집주인이 자주 매물을 거둬 들여 급매물을 잡아도 좀처럼 계약 성사가 어렵다.

서울 용산구에서 아파트를 알아보던 A씨는 "매물이 너무 없어서 급매물을 잡기 위해 부동산마다 연락처를 남겨놨다"며 "계약 하나가 체결되면 그 다음 매물은 5000만원씩 뛴다. 집값이 계속 오르니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집도 안 보고 사더라"고 말했다.

흥정 문화도 사라졌다. 마포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 B씨는 "요즘은 웬만하면 가격을 안 건드린다"며 "집주인 심기 거슬리면 아예 매물을 거둬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지난 7월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계획이 나오고 인근 지역의 집값이 폭등한 이후로 집주인이 좀처럼 물건을 안 내놓는다"며 "계약서를 쓰기로 한 당일에 위약금을 물어주더니 가격을 더 올려서 매물을 다시 내놓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집주인보다 세입자 눈치를 보기도 한다. 갭투자로 주택을 구매한 경우 세입자를 불편하게 하면 전세를 계속 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에서 20억원 전후의 아파트를 알아보던 C씨는 "요즘은 집 사면서도 집 보러 가면 실례라더라"며 "세입자 심기를 건드리면 전세를 계속 돌리기 힘드니까 갭투자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동과 호수로 로얄동, 로얄층인지, 수리 여부 등만 고지해 주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다"며 "반포뿐만 아니라 영종도 등 집값 과열 지역에선 갭투자가 성행하면서 보편화된 문화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부동산에서도 애가 탄다. 매도자들이 매물을 좀처럼 내놓지 않자 '물건 확보'가 절실하다.

성동구에 매물을 내놓으려던 D씨는 "부동산에 집을 내놓으며 세입자가 불편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니 집을 안 보여주고 팔아겠다고 하더라"며 "물건만 주면 신고가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이런 부동산 시장의 비정상적인 거래 분위기는 수요가 월등히 높아 조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9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 지수는 171.6으로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3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높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은 '매도자 우위 시장'을 뜻한다. 지난달 말 매수우위지수는 152.3, 165.2를 연이어 기록하며 이전 최고 수치인 2006년 11월 157.4를 돌파했다.

실수요자·무주택자는 더 난처하다. 집값이 치솟자 서울 등 도심 진입 문턱이 높아진데다 매물도 귀해 집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안양역 근처에서 아파트를 알아보던 E씨는 "신혼집을 마련해야 되는데 서울은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경기도를 보고 있다"며 "부동산 4군데를 돌았는데 1~3층 저층 외엔 매물이 없었다. 최근에 8층짜리 매물은 한 달만에 5000만원이 올라 5억원이 됐더라. 근데 급매물로 나오자마자 팔렸다. 심지어 급매물을 잡은 사람은 아파트도 안 보고 샀다더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부동산 중개업자도 아파트 세 채를 갖고 있다며 갭투자를 권유하더라"며 "너도나도 아파트를 사들이며 갭투자를 하니 무주택 서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돈을 모아도 내 집을 갖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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