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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책] 뒷모습



이연식 지음/이봄

뒷모습은 불길하다. 신분이 높은 사람 앞에서 물러날 때는 뒷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뒷걸음질을 했다. 적이라든가 의심스러운 상대에게 뒤를 보이면 안 된다는 건 당연하지만, 높은 사람에게 뒤를 보이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뒷모습이 상서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뒷모습은 여기에 있으면서도 저곳(彼岸)을 가리킨다.(4쪽)

결코 소홀히 만들지는 않았지만 되도록 드러내지 않았으면 하는 뒷모습이 있다. 미켈란젤로가 피렌체를 위한 애국의 상징으로서 높이 4m가 넘는 대리석을 깎아 만든 은 정면과 측면에서 보면 당당하고 강렬하지만, 뒷부분은 민망할 정도로 밋밋하다. 은 오늘날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원작이 놓여 있고, 미켈란젤로 광장 한복판에 청동으로 만든 모조품이 서 있다. 양쪽 모두 뒷모습이 훤히 드러나 있다.(91쪽)

금기야말로 신의 악마적 성격을 드러내는 장치이다.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는 동시에 '돌아보라'는 강렬한 유혹이다. 금기를 깬 것은 그저 의지가 약했다는 의미를 넘어, 신의 의지를 거역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122쪽)

뒷모습은 비밀스럽다. 관찰자는 돌아서 있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때로는 이 비밀스러운 뒷면이 진실을 꾸밈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얼굴과 표정은 의식적으로 꾸미고 속일 수 있지만, 뒷모습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미술의 세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뒷모습이 일으키는 신비와 역설에 흥미를 가져왔다. 미술사가 이연식은 책에서 의미심장한 뒷모습이 담긴 작품들을 모아 주제에 따라 선별해 독자에게 선보인다. 헤라르트 테르보르흐의 에서 뒷모습으로 등장한 여인이 에서 옷 주름 하나 다르지 않게 다시 등장하는 것처럼, 뒷모습은 "유일하지 않고" 어떤 뒷모습이 어떤 맥락에 들어와도 맞아떨어진다. 덕분에 관찰자는 앞모습이 주는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저자는 "인물이 놓인 장소와 상황에 따라 뒷모습의 표정이 결정된다"며 "뒷모습은 스스로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면서 모든 의미를 빨아들인다"고 말한다. 다양한 미술 작품과 함께 그가 품어온 뒷모습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 담았다. 144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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