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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법원/검찰

[인터뷰] 박경신·강장묵 "판결문 공개·분석해 '유전무죄' 없애자"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5일 서울 안암동 연구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 교수는 "판결문 데이터 공개로 판결에 대한 합리적 기대치가 생기므로, 지금처럼 대법원까지의 상고심을 삼세판 카드 게임으로 여기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 기계학습도 도입해 전관예우와 유전무죄 예방 역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이범종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인간 법관의 신뢰도가 의심받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 판결과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무기징역 감형은 여론의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대기업 총수 재판을 지켜보는 서민에게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보이지 않는 판례로 굳어진 지 오래다.

이에 학계에서는 "판결문 공개를 통한 기계학습으로 법관의 판단을 돕는 한편, 빅데이터 분석으로 판결의 경향도 살피자"는 주장이 나온다. 관련 기술 공개로 서민을 위한 무료 법률 상담 시장을 활성화시키자는 제안도 있다. 8월 31일과 지난 5일 강장묵 남서울대 빅데이터 산업보안학과 교수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판결문 공개가 사법정의와 정보기술 시장에 미칠 영향을 물었다.

◆판결문 공개로 '사법불신' 줄여야

-판결문 공개를 주장하는 이유는.

박경신 교수: 실명 판결문을 공개 하면, 사법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유전무죄와 전관예우, 기타 인맥이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서 찾은 부정적 경향(전관예우 등)을 살펴, 여러 제도적 보완을 할 수 있다. 기계학습 측면을 보면, 먼 미래에는 관계에 약한 사람이 아닌 기계가 공정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강장묵 교수: 재판은 대국민 서비스다. 국민들이 인공지능 보조 판사 도입으로 유전무죄가 없어졌다고 평가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자연어 처리 기술이 발전해야 하는데, 실마리가 있다. 지난해 '인공지능 R&D 챌린지'에서 가짜뉴스 분석으로 2위에 올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상을 탔다. 지금도 150만건의 뉴스를 분석하고 있다. 자연어 분석에 자신 있다.

-인공지능 도입이 사법농단을 포함해 기존 재판에 대한 불신을 줄이는 방편이 될 수 있을까.

박: 그렇다. 대법원 판결문은 1%, 하급심은 0.5% 미만만 공개되는 상황이다. 사람들이 재판을 제대로 감시·비판하지 못하니 불신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상고율이 높은 이유중 하나가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아서다. 판결문 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느 사실관계 아래서 어떤 판결이 나올 지 견적을 낼 수 있다. 같은 데이터로 나온 견적이 비슷하니, 어떤 사건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치가 나온다. 그럼 일정 선에서 포기할 수 있는데, 그게 없으니 '판사를 잘못 만나서 졌다'고 생각한다. 재판을 카드게임으로 보니까 패를 다시 받기 위해 항소와 상고를 거듭한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기계학습을 통해 판사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판사가 자신과 인공지능의 판단을 공개하고, 판단이 서로 달랐다면 그 이유도 함께 공개할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선고를 더 수긍할 수 있다.

강: 인공지능 도입과 데이터 분석으로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다. 서민을 위한 사법 서비스 활성화와 데이터를 이용한 사법 정의 실현이다. 법조문 전체를 외우고 판결문 수백만 개를 학습한 인공지능과, 머리 좋은 인간이 하는 판결 중 어느 쪽이 정확하겠나.

강장묵 남서울대 빅데이터 산업보안학과 교수가 5일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 교수는 "변호사 선임이 예전보다 쉽다고 해도, 서민에게는 여전히 어렵고 높은 곳이 법원 문턱"이라며 "수백만건의 판결문에 대한 기계학습과 데이터 분석이 어우러지면, 모바일 앱으로 내 사건의 쟁점과 예상 판결을 파악할 수 있어 새로운 사법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범종 기자



◆모바일 앱으로 법원 문턱 낮출수도

-데이터 분석과 기계학습에 필요한 판결문의 범위는.

박: 제한 없다. 데이터 분석이든 기계학습을 위해서든 실명 판결문은 많을수록 좋다.

강: 사생활 문제가 있다면, 비식별화 기술을 통해 판결문 속 이름을 바꿔줘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첫 단계가 각 데이터에 이름 붙이는 일이다. 사람이 상대방 이름을 알아야 A씨라고 부르는 점과 같다. 이런 식으로 인공지능이 판결문의 구조를 이해하면서도 개인정보 부분을 비식별화 할 수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으로 보안도 강화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 문제가 있으니 실명 판결문 전부를 공개하는 대신 민사는 2000만원, 형사는 벌금 100만원 이하 소액 판결문으로 시작하면 어떨까. 데이터 분석과 기계학습 기술을 공개하면, 모바일 앱으로 새로운 사법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나와 비슷한 사건의 판결을 내다볼 수 있고, 변론서 작성도 혼자 할 수 있다. 그래도 못미더우면 그때 변호사를 선임하면 된다. 법원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 나는 데이터 과학으로 정의를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박: 소액 판결로만 기계학습을 하면, 인공지능이 거기에만 의미 있는 조언을 할 수 있다.

-판결문은 개인정보 때문에 공개가 쉽지 않다. 해외는 어떤가.

박: 우리와 마찬가지로 개인정보보호법을 가진 미국과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모두 실명으로 판결문을 공개한다. 온라인에서 당사자 이름과 사건 번호 입력하면 판결문 다 나온다. 사생활 보호를 원하는 사람은 재판 받을 때 판결문을 익명 처리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도 판결문 실명 공개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인공지능은 헌법상 '법관의 양심'에 어떤 영향을 줄까.

박: 우리는 양심적 판단을 부정적·소극적으로 정의한다.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는데, 뭔가를 보면 안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인다. 법관이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재판이 정의로운가. 양심을 적극적으로 펼 기회는 기계학습으로 잡을 수 있다. 물론 기계는 기존 판결을 학습해 정의에 대한 알고리즘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기계학습과 데이터분석을 동시에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유전무죄와 전관예우처럼 나쁜 경향을 배제하는 보정 코드를 넣어야 한다. 판사가 개별 사건을 모두 읽어 본 기계의 의견을 들을 때, 양심의 내용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강: 판결문 데이터는 법관이 지금껏 쌓아온 판례 기반 통계다. 그러니 인공지능이 사법부가 구축해온 법관의 양심을 그대로 따르게 된다. 부자와 빈자를 차별하지 않도록 가르치면, 기계가 국민이 바라는 법관의 양심과 다르게 판결할까. 그리고 현재 인공지능은 자의식을 가질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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