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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행

[뱅크&뱅커 스토리2] ②무늬만 정규직

특성화고를 졸업한 구직자들이 '취업박람회' 모 은행 취업컨설팅관 앞에서 상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kb국민은행



"나는 은행에 떠다니는 먼지 같은 존재에요. 빛줄기 속에 갇혀 산란하게 움직이는 먼지요."

10년차 비정규직 은행원은 자신이 쓴 단편소설 '나는 토마토다(금융문화제 대상작)'에서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했다.

은행은 완생과 미생(삶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이 상존하는 바둑판과 같다는 것. 미생은 정규직에 비해 뒤쳐진 처우를 받고 있는 비정규직, 중규직, 고졸행원 등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근 기자가 만난 은행원들은 비정규직 사원과 고졸행원으로 입행했지만 정작 자신을 완전한 은행원이라고 자신하지 못했다. 이들은 여전히 정규직과 다른 업무범위, 임금 격차, 단절된 승진 사다리 등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있었다.

◆ 반쪽자리 정규직, 2차 정규직

시중은행들은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기조에 발맞춰 정규직 전환 작업에 들어갔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추가 정규직 전환을 마쳤고, 기업은행도 올해 초 3300여명의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진행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비정규직들은 정규직보다 2차 정규직에 가까운 현실이다. 2차 정규직은 반쪽짜리 정규직을 뜻하는 용어다. 임금과 승진기회 등은 정규직보다 미흡하지만 고용의 안정성은 보장받는다는 개념이다.

2차 정규직은 지난 2007년 기간제법 시행으로 상시지속적 업무에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없게 되자 은행은 정규직 전환을 내세워 분리직군을 신설하거나 정규직의 하위직·무기계약직을 만들면서 탄생했다. 이후 은행들은 이들을 L0·RS(Retail Service)직·준정규직·6급·특정직·별정직 등으로 다양하게 부르고 있다.

◆ 은행 내 '서열' 여전

실제로 은행 비정규직 행원은 정규직 전환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노동시장에 온전히 편입하지 못한채 서열의 벽에 갇혀 있다.

A은행의 RS직군 은행원은 4년제 대학 출신, 고스펙자임에도 연봉이나 승진체계가 일반행원에 비해 제한돼 있다.

은행원 K씨는 "연봉이 일반행원에 비해 적다. 쉽게 얘기하자면 1년차 행원과 10년차 주임(RS직군)의 연봉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지난 2017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2차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3740만원으로 은행원 전체 평균(8180만원)의 절반(45.7%)에도 미치지 못했다.

승진체계 또한 일반행원과 다른 노선을 밟고 있다.

그는 "RS직에서 일반직군으로 전환되는 시험이 있었으나 현재는 그 제도가 없어졌다. RS직에서 승진제도를 따로 만들어 직군 내에서만 승진되는 체계다. 본사승진 또한 어렵고, 만약 가게 된다면 임원진의 비서로 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바일 뱅크 추세에 맞게 이들의 업무 포트폴리오는 넓어지고 있다.

B씨는 "현재는 기본 입출금 , 신고업무, 카드 업무 등 단순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일일 입출금 창구의 고객수는 많게는 250명 적게는 150명 정도로 2~3명의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최근 모바일뱅킹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은행은 단순 입출금 보다는 자산관리 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입출금 창구 주임이 펀드·적금·방카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 선임은 현재 대출빼고 모든 상담업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C은행은 무기계약직 직원에 정규직의 탈만 씌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C은행은 승진 및 이동·급여·교육 및 연수·담당 직무 등 인사제도 관련 모든 부문에서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해 완전한 정규직화를 공언했다.

이에 따라 처우개선 된 직원과 기존 정규직 신입 직원 간 차별 제거를 위해 정규직 '6급' 제도를 폐지하고 전 직원에게 동일한 1~5급 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준정규직 행원에게는 다른 호봉체계를 신설해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입 정규직 직급은 5급 11호봉인데 준정규직은 7년차가 돼야 정규직과 같은 11호봉이 된다. 그만큼 승진이나 임금에서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이같은 은행 내부의 서열화에 2차 정규직으로 근무 중인 고졸출신 행원들의 볼멘소리도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민·우리·KEB하나·기업은행 등 4곳은 모두 고졸인재 164명을 채용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원자 면면의 '스펙'이 대졸자 못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을 향한 열정과 은행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스펙은 대졸자 못지 않고 일의 열정도 남다르지만 고졸출신은 업무와 승진체계가 기본적으로 달랐다.

은행원 B씨는 "고졸과 대졸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직군의 차이다. D은행은 고졸도 전원 정규직 채용을 했지만 고졸은 개인금융서비스직군(수신업무)으로만 채용했고, 개인금융직군은 대졸만 갈 수 있었다"고 했다.

또 "고졸행원의 경우 5년차가 되어야 첫 승진이 가능한데 대졸출신은 4년의 학업기간을 인정해 1년만에 승진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와 금융노조가 지난해 2차 정규직 36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승진제도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1.1%에 그쳤고, 합당한 급여라고 생각한다는 답변도 17.5%, 현재 직무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26.9%에 불과했다. 이들은 상급자의 직급 간 인식(71.4%)과 동료의 직급 간 인식(69.6%)에서 차별과 불이익의 경험을 가장 크게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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