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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기자의 一問日答] 임채운 서강대 교수 "모든 것 허용하는 벤처창업특구 만들어야"

자본, 사람, 시장등 집적화시켜 '창업시너지' 극대화 필요…규제도 전면 없애야

창업 정책에 마치 '올인'을 하는 듯 보이는 우리나라엔 아직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중국의 중관춘 같은 곳이 없다. 과거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탈바꿈한 서울 구로디지털밸리나 새로 탄생한 판교테크노밸리가 있긴 하지만 2% 정도 부족한 느낌이다.

중소기업학회장, 한국경영학회장 등을 거쳐 올해 초까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사진)는 이쯤되면 우리에게도 실리콘밸리와 같은 벤처창업특구 또는 청년창업복합컴플렉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들여 바다를 어렵게 막고도 수 십년간 제대로 된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새만금을 최적지로 꼽았다.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이젠 창업을 위한 제대로 된 요람을 만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서울 마포 서강대 바오로관에 위치한 그의 연구실에서 창업, 청년창업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새만금의 노는 땅을 활용해 벤처창업특구를 만들어야한다는 아이디어가 흥미롭다. 말이 나온 김에 좀더 이야기를 해달라.

"미국 실리콘밸리가 성공한 이유는 사람과 자본, 시장이 몰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이 잘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도 해외의 기술인력이나 과학인재를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집을 주고 자녀들 교육을 해결해주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현 시점에서 아예 판을 다시 짜야한다. 신도시도 후딱 만드는데 벤처창업특구라고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앞서 규제프리존이 실패한 이유는 대기업이나 글로벌기업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창업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위한 규제프리존이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다. 사람, 자본, 시장이 몰리고 규제는 프리하고, 세제에서도 자유로운 창업특구를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한다. 특구에선 모든 것이 허용돼야한다. 말 그대로 '네 마음대로 해 봐라'가 돼야 한다. 적당한 지역으로는 새만금이나 영종도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새만금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지역 발전 차원에서라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창업 관련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효과가 어떨까 궁금하다.

"한 곳에 자본, 사람, 시장을 집적화시키면 그게 시너지다. 기존엔 너무 파편적이었다. 창업특구는 흩어졌던 것들을 새만금 같은 특정 지역에 몰아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전에 없던 창업컴플렉스를 만들어보자는 게 나의 아이디어다. 물론 그게 아니라면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돼 있으니 창업 등을 위한 교육이나 인큐베이팅은 수도권에서 시키고 이를 통해 탄생한 스타트업들은 지자체가 적극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상공인이나 생계형 창업은 지역이 필요하지만 기술창업은 수도권의 각종 인프라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대학생들도 창업을 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제자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든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공대생들이 하는 기술창업이라면 모를까 인문·경상계열의 생계형 창업은 권하고 싶지 않다. 대학생이 창업한다고 하면 학교를 중퇴하고 창업에 성공한 미국의 빌게이츠나 주커버그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학에도 창업프로그램이 많고, 각종 공모전 등도 있지만 스펙을 쌓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니다. 다만 선배들이 먼저 시작한 창업기업 등에서 인턴을 하며 경험을 쌓는 것은 향후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이런 경험도 없이 뛰어드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사업이 운전이라면 숙련된 경험 없이 사업하는 것은 무면허운전자가 대형트럭을 모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은 취업보단 창업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창업이 주는 일자리 창출 효과 때문인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나.

"실업대책의 하나로 창업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년들을 창업시장으로 유도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여태까지 창업 관련 정부 정책은 창업을 얼마나 지원했느냐 등 투입지표로 갔지만 지금은 창업을 몇개 시켰느냐를 더욱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성과중심으로 가는 것은 좋지 않다."

-창업과 관련해 현재 정부의 지원방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돈을 줄테니 창업을 해보라'는 식의 직접 지원이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한 견해는.

"동의한다. 창업과 관련해 정부가 예산을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보조금과 같은 직접적 지원보단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 지원금을 직접 주는 것은 (성과가 있다는)지표가 뒤따라야한다. 정부 예산 성격상 지표나 목표 등 성과관리가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이때문에 시장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선택하는 결과가 된다.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기술 창업을 지원하기보단 앞서 나왔던, 검증된 기술에 지원을 선호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정부가 파격적인 혁신에 대해 지원을 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이사장을 역임한 중진공에 청년창업사관학교라는 대표적인 창업프로그램이 있다. 이같은 유형의 프로그램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모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한 기술 창업을 지원하기엔 다소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것도 정부가 직접 지원하기 때문에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결과다. 반드시 제조를 해야하고, 매출을 올리고, 고용을 얼마나 해야하는 등 기준이 있다보니 고위험·고효율의 기술 창업엔 창업사관학교가 맞지 않다. 평가하는 지표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시장이 아닌 정부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한계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정책은 많지만 '벤처(venture)'라는 말이 의미하는 모험적인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창업을 몇개 시켰고, 또 생존율이 얼마냐가 중요하지 않다. 게다가 이를 지원을 위한 지표로 삼아서도 않된다. 벤처 창업은 90% 가량이 망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나머지 10%정도는 규모를 엄청나게 키워야한다. 다 살리려고 (지원을)하다보니 고만고만한 창업이 주를 이루는 것이다.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다 넘어야 할 이유도 없다. 일찍 실패하고, 또 가볍게 실패하는 것이 좋다. 다시 손털고 일어나 손쉽게 재기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창업을 위한 정부 예산 직접지원은 '마중물'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하지만 스케일 업(scale up)도 정부가 (돈으로)해결해줘야 할지는 다소 의문이다."

-정부도 정부지만 민간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다. 특히 투자에 관해선 민간이 많은 역할을 해야한다는 생각인데.

"당연하다. 스케일 업을 이끄는 것은 결국 기술하고 제품이다. 독보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에는 자연스럽게 투자자가 몰리고, 이렇게되면 기업은 성장한다. 지금까진 정부가 관여를 많이하다보니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창업이 드물었다. 응용분야에만 집중하게 만들었고, 원천기술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물론 민간의 문제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민간이 못하는 것은 정부도 하지 못한다. 벤처라는 것은 고위험, 고성장이자 대박 아니면 쪽박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벤처에 투자를 하는 것도 민간이어야한다. 물론 투자에 따른 책임도 민간이, 과실을 따먹는 것도 민간이 돼야한다. 성장 초기단계라면 모를까 정부는 직접투자를 하면 안된다. 도덕적 해이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정부는 민간과 달리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은가.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마중물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이야기는 앞에서도 강조했다. 창업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기존의 서비스나 제품 등을 효율화시키는 것이 있고, 전혀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의 기존 창업은 전통적 서비스를 효율화시키고, 기회를 본인이 독차지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곳에 정부 자금을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생계형 소상공인 영역을 침범하는 창업에도 지원을 하면 않된다. 대신 부가가치 창출기업에 대한 지원에 포커스를 맞춰야한다. 초기 지원도 융자보다는 투융자 형태의 지원이 더욱 효과적이다. 특히 창업 초기엔 기술사업성 평가나 재무제표 평가가 힘들기 때문에 정부를 비롯한 공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창업을 위한 지원이 많을 수록 기업가정신이 약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에선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부모가 말리고, 창업을 하면 처가집이 말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런차원에서 보면 창업을 하는 것 자체가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가는 창업을 하자마자 생존을 고민할 것이다. 또 직장을 포기하고 창업했으니 기회비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창업 자체가 곧 기업가정신이다."

-창업 이야기를 하다보니 재기, 재도전까지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재도전을 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고들 말하는데, 어떻게 보나.

"재도전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융자를 통해 돈을 빌려주고 받다보니 그런것이다. 해외는 투자 위주다. 투자는 상환의무가 없기 때문에 재도전도 수월할 수 밖에 없다. 우리도 융자중심에서 투자중심으로 가야한다. 물론 일반 생계형 창업에 투자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술창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소상공인이나 생계형 창업 영역에 대해선 다시 창업하라고 지원하기보단 좋은 직장을 잡아주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창업을 해 기업이 성장해도 중소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곳곳에서 목격한다. 일자리의 88% 가량을 차지하는 중소·벤처기업들이 사람 걱정 없이 사업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이 혹시 있나.

"정부가 중소기업 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효과는 있지만 '낙인효과'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면 과연 낙오자냐. 그렇지 않다. 차라리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인력을 뽑을 때 인턴 등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에 근무한 경력에 가점을 주는 방식은 어떨까 싶다. 100명이 이런 과정을 거쳐 90명이 공무원이 되거나 공공기관에 취직한다고 하더라도 10명은 기업에 그대로 남아서 일을 한다면 그게 긍정적 효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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