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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진짜 삶의 문제들'을 들추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상품 가치만을 극대화하거나 소비 및 휘발되는 예술이 비판 없이 자리 잡은 동시대에서 인간과 자연생태계와의 공존공생을 화두로 한 예술은 의미 있으나 인기는 없다. 인간 내속의 자연생태라는 '진짜 삶의 문제들'과 근접함에도 예술의 기능 및 역할을 생태계 전체의 유지와 연관시키는 기획은 사회활동방식의 일부로써의 예술만큼 찾기 어렵다.

대개의 일반 전시가 그렇듯 간간이 선보이는 자연환경 관련 작품전에서조차 생태학적 자연미학과 자연경험의 인식가능에 관한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담론은커녕 단순 계몽 수준이거나 표피적 계도에 머문다. 심지어 자연환경 문제와는 아무 상관없는 '건축물 속 장식'의 일부로 그치는 경우도 심심찮다.

생태계의 위기를 진단하고 환경 파괴에 직면한 인류가 지향해야할 생명가치가 누락된 대신 그 자리엔 정치적 입장과 상업적, 대중적 호응이 채워진다. 일례로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격년으로 치르는 '바다미술제'만 해도 해양생태계와 인간생태계를 연결 짓지 못한 채 그저 바다를 무대로 한 대중 이벤트에 머문다. 해변에 온갖 동물이며 로봇 등의 작품들을 즐비하게 늘어놓곤 미술제라고 하니 말이다.

다만 우린 동시대 일부 작가들을 통해 자연환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진짜 삶의 문제들'을 목도한다. 미술이 자연을 하나의 표현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자연 자체가 미술 안에서 직접 작용하는 방식이란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예술을 통해 식물성의 사유를 넓혀나가는 경우가 그렇다.

부산시립미술관 주전시관과 야외정원에서 오는 24일 개막하는 전시 '동아시아 현대미술전: 보태니카'는 훼손 없는 자연주의적 사고와 자본주의적인, 또는 인공적인 것에 관한 고찰을 표방한다. 인간, 자연, 도시, 사회, 거주, 재난, 구조, 욕망 등의 현실적인 내용을 토대로 지역과 환경에 대한 성찰한다. 모두 '인간 삶의 형식'을 규정하는 명사들이요, 뿌리칠 수 없는 '인간 삶의 조건들'이다.

'인간 삶의 조건들'은 현장성이 가미된 '보태니카: 야외프로젝트'에서 보다 두드러진다. 필자가 미리 돌아본 이 야외 전시엔 일본의 카와마타 타다시, 중국의 리아오 페이, 우리나라의 한석현과 한성필 등, 모두 네 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부산시립미술관 야외 정원 및 선큰 가든을 무대로 둥지모양의 구조물을 만들거나 오래되고 낡은 벽면에 녹지를 조성했다. 나무를 심어 종(種)의 연횡을 꾀하고 시민들과 함께 모은 폐자재로 새로운 생명을 부여했다.

각기 다른 조형방식과 규모를 갖추었지만 자연과 인공 환경을 통한 지역과 도시를 살펴보고 '진짜 삶의 문제들'에 관한 고민을 나름의 조형언어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은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또한 환경문제는 인간 탐욕의 결과임에도 애써 부정해온 오늘을 일깨운다는 점, 자연주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상상하는 '식물성 사유'를 통한 '식물적 풍경'을 구축한다는 사실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늘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인간을 위한 주변으로써의 환경에 머무르고 있음을 자각하게 만드는 이번 전시는 조용하면서도 얕지 않은 울림이 있다. 특히 예술이 그자체로 목적 화되는 것이 아닌, 예술적 감수성을 통해 사회적 책임감 내지는 건강한 생태윤리로 확장시키고 있음은 인상적이다. 한번쯤 방문해도 좋을 전시이다.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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