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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25) 조용해진 '이화마을', 벽화 지워 오버투어리즘 문제 해결?!

최종수정 : 2018-08-07 15:48:39
지난 3일 오후 이화벽화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날개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현정 기자
▲ 지난 3일 오후 이화벽화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날개'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 끝자락에는 담벼락 전체가 알록달록한 그림들로 뒤덮인 작은 마을이 있다. 서울의 마지막 남은 달동네로 불리던 이화마을은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대에 벽화작품을 조성, '이화벽화마을'로 재탄생했다.

대학교수, 전문가뿐만 아니라 대학생 자원봉사자, 중·고등학교 학생, 마을 주민이 벽화 작업에 동참했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이화마을은 정겨운 동네 분위기와 어우러진 벽화들로 채워졌다.

벽화는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조용한 동네는 관광객으로 붐비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KBS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연예인 이승기가 날개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은 모습이 화제가 돼 유명 관광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마을 속으로 들어갈수록 주민들의 속내를 들어낸 상처가 우리를 아프게 한다.

◆관광객으로 스트레스 받던 주민 벽화 지워

3일 오후 종로구 충신4나길 계단에 그려져 있던 해바라기 벽화는 흔적만 남아 있다. 김현정 기자
▲ 3일 오후 종로구 충신4나길 계단에 그려져 있던 '해바라기' 벽화는 흔적만 남아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3일 찾은 이화마을은 관광명소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이날 오후 두시간 동안 마을에서 본 관광객은 10명 남짓이었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산책할 겸 이화마을을 들렀다는 직장인 김주희(29) 씨는 "2년 전만 해도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는데, 오늘은 사람이 정말 없다. 불금 맞냐"며 썰렁한 동네를 둘러보면서 의아해했다.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고통받던 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 2016년 5월 마을의 벽화를 지운 이화동 주민 5명을 공동재물손괴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붙잡힌 주민 중 3명은 벽화마을 계단에 그려진 4200만원 상당의 해바라기 그림 위에 회색 페인트를 칠해버렸고, 나머지 2명은 1000만원짜리 잉어벽화를 지웠다.

경찰 조사 결과 주민들은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 쓰레기, 낙서 문제에 대해 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해왔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불만을 갖고 벽화를 훼손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을 주민들이 없애버린 '해바라기' 벽화 앞에서 만난 장현성(34) 씨는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와 오늘 같이 왔다"며 "입구에서는 아기자기한 조형물이랑 귀여운 그림들이 많아 즐거웠는데, 안으로 들어올수록 점점 무서워진다"며 울상을 지었다.

지난 3일 잉어 벽화가 그려져 있던 계단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현정 기자
▲ 지난 3일 잉어 벽화가 그려져 있던 계단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이날 충신4나길 계단에서는 해바라기와 잉어 그림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림이 사라진 계단 옆 담벽에는 '조용히'라는 말이 빨간색으로 5번 넘게 쓰여져 있었다.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온 서지연(26) 씨는 "학교 앞에서 자취하고 있어 관광객들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주민들 심정을 백번 이해한다"며 "사진을 찍는다고 길을 막고 있거나 집 앞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음, 쓰레기, 낙서 문제는 시에서 정비사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며 "주민들끼리 자체적으로 규약을 정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화마을을 찾은 시민들을 시에서 일방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불청객 줄어 환영" vs "손님 없어 불만"

3일 종로구 이화동 이화벽화마을에는 임대 문의가 붙은 빈 가게가 있었다. 김현정 기자
▲ 3일 종로구 이화동 이화벽화마을에는 '임대' 문의가 붙은 빈 가게가 있었다./ 김현정 기자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이게 사람 사는 동네지···"

마을 꼭대기 정자에서 만난 이화동 주민 이모(77) 씨는 관광객이 줄어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이 씨는 "그림 지우고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말도 못 하게 시끄러웠다"며 "조용해져서 좋다. 벽화를 지운 사람에게 찾아가 고맙다고 인사라도 하고 싶을 정도"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건너편에 앉아 있던 동네 주민 황모(76) 씨는 "동네에 사람이 많이 와야 경제가 살아난다"며 "훼손된 벽화가 하루빨리 복원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벽화마을에 있는 잡화점과 카페, 음식점에서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게 안에는 사장과 종업원만 있었다.

지난해 종로구가 발표한 '빅데이터 활용 종로 관광통계 분석 연구용역'에 따르면, 2016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벽화마을이 위치한 이화동의 월평균 관광객 수는 32만5225명이다. 종로구 관내에서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는 삼청동 북촌한옥마을의 방문객 수(218만1978명)의 1/7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재생계획 수립에 착수해 현재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하반기에 결정 고시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이화동이 오랫동안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보니 기반시설이 열악하다. 도로정비, 노후 상하 수도관 교체 사업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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