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8조원. 가계가 은행 등에서 낸 빚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81%에 달한다. 같은 기간 소득증가율(3~5%대)보다 가파르다. 가계 부채가 늘어나면 은행의 건전성에는 부담요인이다. 하지만 대출 성장성에서 바라 볼 때 금리 인상시기에 대출은 은행의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글로벌 은행보다 높은 이자이익은 수익성으로 직결되고 있지만 차세대 먹거리를 찾지 못하는 한국 은행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 국내 은행 예상순익 8.0% 늘 듯
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8년 한국 시중은행의 예상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8.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은행별로는 KB금융 4.0%, 신한지주 8.8%, 하나금융 8.6%, 우리은행 14.4% 증가가 예상된다.
국내 시중은행의 성장 뒤에는 대출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한국의 지난해 대출 성장률은 5.9%에 달한다. 중국(9.2%)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대표은행의 대출 성장률은 선진 은행에 비해 높다.
반면 글로벌 주요 대표은행의 2017년 평균 총대출증가율은 겨우 2.9%를 웃돈다. 이는 2016년 4.7%, 2010년 이후 평균 4.2%보다 낮다.
국가별로 일본은 -2.3%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은행은 각각 3.5%, 0.4%였다.
우리나라 시중은행의 대출 여건은 좋은 편이다. 은행의 대출성장은 국가 경제성장(GDP성장률)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에 민감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한국이 올해 3%, 내년에는 2.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2월 발간된 '2017 한국-IMF 연례협의보고서'에서 IMF가 제시한 전망치와 같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3.9%로 전망됐다.
IMF는 세계 경제에 대해 "투자·무역 증가에 따라 경기 개선 모멘텀이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의 확장적 재정에 따른 기대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IMF는 향후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는 위협 요인으로 급격한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변동성 확대, 무역 갈등 고조 및 보호무역주의 정책, 동아시아·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등을 꼽았다.
유진투자증권 김인 연구원은 "2018년 예상 명목GDP성장률이 2017년 대비 전체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의 명목GDP 성장률은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면서 "이는 주택담보대출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집단대출 중심의 성장이 유효한 가운데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견조할 것이란 예상에 기인한 것으로 글로벌 주요은행 대비 높은 5%를 상회하는 대출성장률을 예상한다는 점에서 성장측면에서 한국 주요은행이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 이자로 먹고 사는 한계
한국 은행들의 이자이익도 견조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대표은행의 2017년 평균 이자이익증가율은 전년 대비 3.3%였다. 2016년 -3.7% 및 2010년 이후 평균 2.2% 대비 양호한 실적이다.
글로벌 이자이익 증가세는 한국이 주도했다. 한국 주요은행을 제외하면 2016년 -5.5% 및 2017년 1.8%로 2010년 이후 평균 1.8%에 그치고 있다.
국가별로 비교해보면 차별화가 뚜렷하다. 2016년과 2017년에 미국은 각각 3.2%, 5.0%였다. 다른 나라로 눈을 돌려보면 이시기에 일본 -6.4%·-3.4%, 영국 -3.1%·1.9%, 유럽 -5.3%·2.5%, 중국 -7.3%·8.0%, 한국 5.3%·11.0%였다.
미국과 한국만 이자이익이 2년 연속 증가한 것이다. 이는 기준금리 등락 및 경제성장 차별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2018년 주요 대표 은행 간 심한 이익편차를 감안해도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차별화가 예상돼 두 국가 은행의 이자이익 증가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전년도 기저효과와 금리상승에 따른 대출수요 둔화에 따른 대출성장 축소로 이자이익증가율은 소폭 둔화될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NIM 상승추세 지속, 글로벌 은행대비 높은 대출성장, 예대율, 대출채권 비중 등을 감안하면 국내 은행의 차별화된 이익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 증가율이 6.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