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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임영권칼럼]여름을 더 힘들게 하는 습(濕)과 열(熱)

임영권 한의학 박사(아이조아한의원 수원점 대표원장)



[임영권칼럼]여름을 더 힘들게 하는 습(濕)과 열(熱)

폭염,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열대야, 고온다습…. 여름 날씨를 표현하는 단어만 들어도 그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우리나라 110여년 만에 찾아온 사상 최악의 무더위. 무더위 때문에 노약자나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일사병,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같은 온열질환과 더윗병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더위와 함께 조심해야 할 것이 또 있다. 여름은 다른 계절에 비해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세균 번식이 활발하다. 세균 번식이 빨라 음식물이 잘 상하고, 눅눅하고 축축한 곳에 곰팡이도 잘 핀다. 곰팡이 포자나 각종 세균 등이 호흡기나 소화기, 피부 등에 침입 혹은 접촉하게 되면 아토피피부염, 비염, 천식, 식중독, 바이러스성 장염 등 여러 가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도 여름의 고온다습한 날씨는 에어컨과 제습기로 버틸 수 있다. 질병은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키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몸에 쌓인 열(熱)과 습(濕)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런저런 질병의 원인이 된다. 몸 속 축축하고 뜨거운 기운 '습열(濕熱)'은 계절을 가리지 않으며, 여름에는 고온다습한 날씨의 영향으로 더 많은 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은 원래 기초체온이 높고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긴 하나, 속열이 많이 쌓여 있고 습한 기운이 많아도 땀이 잘 난다. 한의학적으로 더위를 많이 타거나 땀이 많은 아이, 유독 여름나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 속이 더부룩하고 늘 피곤해하는 아이들은 보통 습열이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오장육부(五臟六腑) 중 습열이 쌓이는 곳에 따라 나타나는 질환에도 차이가 있다.

기(氣)가 허할수록 습기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데, 아이의 몸 안팎이 뜨겁고 습이 있을 때는 피부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여름철, 아토피를 앓던 아이의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진물이 나는 등 증상이 심해진다면 '습열형 아토피'로 본다.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 피부 자극이 심해져 땀띠, 습진 등을 동반하면서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습열형 아토피는 고삼, 백선피 등 성질이 건조하고 서늘한 약재로 속열을 풀어주면서 몸 속 습을 말려주어야 한다. 또 여름에도 에어컨 바람만 쐬지 말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땀을 흘려야 뭉쳐있던 습열이 땀으로 배출된다. 피부가 끈적이지 않도록 자주 씻고, 물기를 잘 말려 보송보송하게 유지한다. 가벼운 보습제나 한방 미스트를 사용해도 좋다. 습열이 많은데다 통통하고 살집이 있는 비습(肥濕) 체질의 아이는 물사마귀에도 잘 노출된다. 마른 아이라도 기력이 떨어지고 속열이 많으면 물사마귀가 생존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 이 때는 침, 탕약 치료로 습열을 발산, 발한시키면서 기혈순환이 활발해지도록 돕는다.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경우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고 기운이 정체되기 쉽다. 몸이 무겁고 의욕이 없으며 피부는 푸석푸석해진다. 호흡기가 건조해져 누런 코, 코딱지가 잘 생기고 코피도 잘 날 뿐 아니라 폐 기운이 정체되어 비염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또 열기가 몸 속 수분을 빼앗아 피부가 건조해지고 가려움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는 '건조형 아토피'로 진행되는데 특히 살이 접히는 부위에 열이 정체되어 붉고 가려운 증상이 심하다.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늘 피곤하고 체력이 떨어진다. 밥을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더부룩하다. 입맛이 없으니 식사량은 줄고 몸 속 열기는 수분을 빼앗아 변비가 생기기 쉽다. 운동량이 적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식습관이 있다면 노폐물까지 쌓이게 된다. 이런 경우 한방에서는 율무, 진피, 복령 등의 한약재로 정체된 습담(濕痰)을 제거하면서 비위 기능을 강화해, 식사량을 적정 수준으로 늘려 변비 증상을 해결한다.

또 하나. 습열이 많은 아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습열이 비만, 고혈압, 지방간 등 생활습관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영양 과잉, 과체중 등을 불러오는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은 더 많은 습열을 불러올 수 있다. 잘 씹지 않고 음식을 삼키거나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 고열량 음식을 자주 먹고, 야식 먹는 습관이 있다면 습열이 쌓이기 좋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식습관, 생활습관 때문에 습열이 쌓였다면 성인이 되어서 어떤 질병을 앓게 될지는 예측하기 쉽다.

무더운 여름, 몸 안의 습열을 가라앉히려면 과채(果菜)를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상추, 치커리 등의 녹색 채소는 열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며 율무는 몸에 쌓인 습과 열을 없애준다. 수박, 참외 등의 제철과일은 성질이 서늘해 몸에 쌓인 열을 내려주지만 물기가 많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할 수 있다. 인삼, 오미자, 맥문동으로 만든 생맥산차는 습열이 가득한 여름에 열기를 식혀주고 갈증 해소에도 좋다. 실내 온도는 26~28℃(적정 실내외 온도차는 ±5℃), 습도는 50% 내외로 유지한다. 덥다고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만 쐬면 발한작용을 방해하므로 적당히 땀을 흘려 순환을 돕는다. 생활 습관만으로 습열이 해결되지 않거나 습열이 뭉쳐 면역력이 저하되고 있다면 지금 당장 보약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시원한 성질의 약재로 몸에 쌓인 습열을 풀어주고 기력과 진액을 보충해 체내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무더위에 지쳐 땀을 많이 흘리고 입맛도 없는 데다 피로감만 쌓여간다면 서둘러 내 몸 상태를 점검해보자. 물 먹는 하마처럼, 우리 몸에 습열이 가득 차 있을지 모른다.

-임영권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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