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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일반

카드사태 악몽 잊었나....금융사 간 거래 2천조 부실 땐 '전염'

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설마 지구가 줄어 들기라도 했단 말인가요?."

"100년 전에 비하면 열 배는 빠른 시간에 지구를 돌 수 있으니 지구가 줄어든 셈 아닙니까?."

1872년 가을. 영국 런던 중심가 상류층 사교모임 '개혁클럽'의 객실에선 회원들 사이에 사소한 논쟁이 붙었다. 얼마 전 영국은행에서 발생한 5만5000파운드 도난사건이 발단이 됐다. 오리무중인 도둑의 행방을 놓고, 도둑이 이미 먼 나라로 손쉽게 도망쳤을 것이란 쪽과 도둑을 뒤쫓아가 잡아오기도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는 쪽으로 갈렸다.

"아무리 세계일주를 하는 데 세 달밖에 안 걸린다고는 하지만…." 이 와중에 누군가 못 미덥다는 듯 툭 던지자 한 신사가 정색하며 되받았다. "80일이면 됩니다."

필리어스 포그의 엉뚱한 세계일주여행(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대표작 '80일간의 세계일주'(1873년)는 이렇게 시작됐다.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던 각국은 뒤질세라 사막을 파헤쳐 뱃길을 내고 산맥을 깎아 철길을 이었다. 너도나도 뛰어든 철도 건설 투자 열풍은 부실대출 우려를 키워 각국 금융기관을 속속 집어삼켰고, 철강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불황은 대규모 실업으로, 다시 구매력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 작품은 속도로 대변되는 세계화의 한 면이기도 하다.

금융·자본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2011년 부동산PF 부실로 촉발된 위기는 한순간에 저축은행을 도산으로 내몰았고, 시중은행까지 충격에 빠뜨렸다.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하나로 묶이면서 전염성이 강해진 것이다.

최근 국내 금융사(특히 비은행간 거래)끼리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가 최근 커지면서 금융사 부실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거래규모는 2000조원을 넘어섰다.

거래증가는 낮아진 금리로 가계신용 등이 급증한 탓이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156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는 이미 한국 경제의 골칫거리다. 영세 자영업자는 빚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금액 549조2000억원 중 84%에 달하는 463조6000억원이 다중채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은행권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125조원, 전체 대출의 88.3%나 된다.

가계대출 증가가 외부적 요인이라면 금융사 간 거래 증가세는 자칫 금융부실의 내부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시장 우려다.

29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상호거래 자금은 지난해 말 현재 2119조5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149조 3000억원(7.58%) 증가했다.

상호거래는 예금과 대출, 파생상품 등 각종 금융상품으로 연계된 자금을 의미한다. 금융사 상호거래 총액은 2012년 말 1508조 1000억원에서 2013년 1581조 8000억원, 2014년 1712조6000원, 2015년 1863조원, 2016년 1970조 2000억원 등으로 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금융사 간 거래도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규모가 크면 '전염'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개별 금융사가 부실해졌을 때 그 충격이 다른 금융사로 번지면서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는 것이다.

앞서 2003년 '카드 사태' 때도 카드사 부실이 은행 등 다른 업권으로 전이되면서 시장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부터 발생한 부실이 부채담보부증권(CDO·주택담보대출을 기초로 만들어진 파생금융상품)을 많이 보유한 대형 투자은행(IB)의 부실로 전염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한 바 있다.

특히 비은행권간 거래가 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상호거래 주체별로는 비은행권 간 거래가 58.6%에 달한다. 이어 은행·비은행권 거래 37.2%, 은행권 내 거래 4.2% 등이었다.

금융업권별로 보면 은행, 신탁, 증권, 투자펀드 등의 상호거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가운데 그 중심에서 국내은행이 핵심적 역할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부문 총자산 대비 상호거래 비중은 30.3%로 전년 말(30.1%)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편 한국은행은 "상호연계에 의한 횡단면 차원의 리스크를 나타내는 부실전염 및 집중도 리스크 지표도 전년 말과 대체로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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