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증권>증권일반

크라우드펀딩 제자리...대중 쫓기보다 독자 투자판단해야

'정보폭포'현상에 따른 투자 역선택 우려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200만원을 투자했던 직장인 박모 씨(35). 지금 생각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개봉 초기 평론가들의 혹평에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흥행에 성공하면서 25.6%(세전)의 수익금을 챙겼다. 지금도 그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관심이 많다. 김 씨는 "주변에선 지금도 좋은 투자처가 생기면 알려달라고 한다"고 했다.

반면 자영업자 이모 씨(45세)는 크라우드펀딩 얘기만 나오면 손사례를 친다. 아픈 경험 때문이다. 사건은 지난 5월 29일 모바일 게임 '부루마블M'의 제작 업체인 I사가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와디즈 홈페이지 등에 '채권 만기상환을 연기한다'는 공지를 띄우면서 벌어졌다. I사는 공지를 통해 "매출 부진으로 만기일 상환이 어렵다"며 지급 불능을 선언한 것. 지난해 12월 I사는 와디즈를 통해 770명의 개인 투자자로부터 7억원을 투자받았다. 회사 관계자가 온라인 질의응답(Q&A)에 남겼던 '원금 보장' 약속만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것.

영화 '인천상륙작전', '판도라'의 성공으로 기지개를 켜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제자리 걸음이다.

26일 자본시장연구원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법률이 시행된 2016년 1월 이후 7월 현재(3일 기준) 총 346개 기업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612억원을 조달했다. 성공률은 60%였다. 상반기 기준으로 P2P(개인 간) 누적 대출액이 3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더디다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적금 금리(1년 기준)가 연 1%대에 머무는 시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효자 상품으로 급부상했지만 대박 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 투자자 보호 장치도 부실하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는 '창업·중소기업에 힘이 되는 크라우드펀딩 주요 동향 및 향후 계획'을 내놓았지만 어디에도 투자자 보호와 관련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구조적으로 '집단지성(the wisdom of crowds)'의 문제점도 낳고 있다. 성공 캠페인과 실패 캠페인의 청약률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고, 투자자와 기업간의 정보비대칭성 등으로 역선택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정보 폭포'현상에 따른 역선택 문제 우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삼바(삼성바이오)는 한물 갔다", "바닥이다. 바이오 투자에 다시 한 번 기회가 왔다", "외국인 따라가면 돈 번다"는 말이 입에 오르 내린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한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그것이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다. 경제학 용어 중에 '정보 폭포(information cascade) 현상'이 있다. 대다수가 독립적인 판단 없이 서로의 행동을 따라 할 경우, 집단이 크다고 해서 그들의 정보가 꼭 옳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도 '정보 폭포' 현상에 따른 투자 대상의 역선택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6년부터 2018년 3월까지 국내 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서 진행되었던 캠페인 220건의 자료를 토대로 국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투자행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성공 기준으로 받아들여지는 청약률 80%를 기준으로, 성공캠페인과 실패 캠페인의 청약률이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성공 캠페인의 경우 63%가 청약률이 110% 이상인 반면 실패 캠페인의 경우 76%가 청약률이 20% 미만에 불과했다.

투자자 수에서도 실패 캠페인의 경우 1건을 제외하고 모두 투자자 수가 100명 미만에 집중돼 있지만, 성공 캠페인에서 투자자 수는 최소 1명에서부터 최대722명까지 다양했다.

성공 캠페인의 경우 성공 시점은 펀딩 초기와 후기에 집중됐다. 성공 시점은 누적 모집 금액이 처음으로 목표 모집액의 80%를 넘은 시점을 의미한다. 또 펀딩 후반으로 갈수록 누적투자액이 증가면서 성공 빈도수도 증가했다.

실제 펀딩 초반 10% 시점 내 성공한 캠페인의 비율이 23%(32건)로 후반 90% 시점과 같았다. 이러한 초반 쏠림 현상의 원인으로는 신규 캠페인에 대한 플랫폼의 사전 홍보 효과, 혹은 전부-또는-전무(all-or-nothing), 선착순(first-come, first-served) 자금 모집 방식에 따른 투자자 인센티브 변화 등 다양한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 박혜진 연구원은 "후자가 펀딩 초반 투자를 증가시키는 이유는 개별 투자자의 관점에서 좀 더 일찍 투자할 경우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뿐만 아니라 자신이 남보다 앞서 지분을 획득할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펀딩 초기시점에서의 투자자 집중

자료=자본시장연구원



현재까지의 모집액 규모뿐만 아니라 시간도 투자의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실제 '투자 시점별 평균 신규투자자 수 분포' 조사에서 성공 및 실패 캠페인 모두 펀딩 시작부터 10% 기간까지 신규투자자 수가 가장 많았다. 이후 신규투자자 수가 급격히 감소해 ' L'형태를 보였다. 또한, 성공 캠페인의 초반 투자자 수가 실패 캠페인 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는 펀딩 초반의 자금 모집 성과가 최종적인 펀딩 성공여부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선·후 투자 간 상관관계'분석 결과에서도 펀딩 시작후 5일까지(또는 10일까지)의 투자자 수, 투자액 모두 이후 후속 투자자 수, 투자액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선·후 투자 간 상관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감소했다.

박 연구원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신생벤처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조달을 가능하게 하고, 소수의 부유한 이들에게 한정돼 있던 벤처투자 기회를 일반 개인들에게까지 확대하는 등의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투자자와 기업 간의 정보 비대칭성은 기존의 벤처투자에 비해 더 심화될 수 있다. 특히 펀딩 초기 투자자 쏠림이 유의하게 나타났으며, 이러한 경우 역선택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