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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최저임금 국론분열, 간과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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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여러 종류의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의자나 서랍 같은 걸 만드는 일이다.

얼핏 보기에 나무를 자르고 붙여 상자로 만드는 게 뭐 힘들까 싶어 별 부담 없이 시작했다. 더군다나 톱, 대패 같은 연장을 힘으로 쓰는 게 아니라 전기로 가동되는 '첨단 장비'로 사용해서 크게 힘도 들지 않겠다 싶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커다란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는 것부터,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기 위해 드릴로 구멍을 파고, 거기에 본드를 칠한 뒤 나사 못을 박는 일, 다 완성된 뒤에는 모서리를 다듬기 위해 트리밍을 해주고 사포로 다듬은 뒤 색칠까지 하는데, 그 어느 하나 제대로 못해 땀을 뻘뻘 흘리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분명히 설계도면대로 나무를 잘랐다고 생각했는데 서로 맞춰보면 크기가 다를 때가 제일 황당했다. 바깥 상자 중간에 '러너'란 지지대를 박고, 작은 서랍에 홈을 판 뒤 그 홈에 러너를 끼워 넣는 것도 애를 먹었다. 치수대로 나무를 재단했다고 생각했는데 끼워보니 러너와 서랍 홈의 크기가 겨우 몇 밀리미터(㎜)가 모자라 서랍이 걸치지도 못하고 빠져 망치기도 했다. 몇 센치미터(㎝)도 아니고, 겨우 몇 ㎜ 차이로 서랍이 완성되지 못한 게 너무 억울했다. 결국 서랍을 다시 만들지, 바깥 상자를 다시 만들지 결정해야 했다. 같은 일을 두번, 세번 하게 된 셈이다.

나중에 실패 원인을 곱씹어보니, 결론은 처음부터 설계도에 맞게 재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설계도대로 치수를 재서 나무에 표시를 한 건 좋았지만 톱날이 깎아먹는 나무 길이처럼, 아주 미세한 걸 예측하지 못해 겨우 2~3㎜ 차이로 서랍 크기가 맞지 않게 됐고, 내부 서랍이 걸리지 않게 됐던 것이다.

최저임금제를 보면서 목공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당초 최저임금에 대한 정책 설계는 좋았다. 낙수효과를 내세웠던 과거 정부와 달리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부의 분배를 이루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를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 설계 의도대로 정책이 재단되지 않고 있다. 결국 여기저기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나고,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쩌면 거의 다 완성했던 서랍을 다시 뜯어 새로 재단을 할 수도 있을지 몰라 걱정된다.

지금 소상공인들은 '우리도 국민이다'라며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이 올해 16.4% 인상에 이어 내년에는 10.9% 오른 8350원으로 급격히 인상돼 아르바이트생이 점주보다 더 많은 돈을 가져간다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최저임금으로 소상공인들이 망한다는 게 과장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느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문제의 핵심은 어쩌다가 소상공인들과 알바생들이 서로 대립하고 싸우게 됐느냐는 점이다.

분명, 이는 정부가 의도한 게 아닐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밑에서부터 경제적 풍요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게 설계의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첫발부터 엇나가기 시작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정부 정책에서 보면 아주 미세한 차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모든 정책 집행의 시작이라면 엇나가는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 있다. 거의 다 완성했던 서랍을 뜯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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