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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23) 북촌 한옥마을 '골목길 쉬는 날'에도 북적북적··· 의미 없는 '관광 허용시간'

'골목길 쉬는 날'로 지정된 일요일(15일), 관광객들이 북촌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동서로는 경복궁과 창덕궁으로, 남북으로는 북악산과 남산으로 둘러싸인 북촌은 풍수지리적으로 길한 곳에 위치해 있어 예부터 권문세가들이 터를 잡고 살아왔다.

조선시대 최고의 주거지로 각광받던 북촌은 2018년 한 달에 만 명이 넘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 최악의 주거지로 전락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14일 관광 허용시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북촌 한옥마을 주민피해 개선 대책안'을 발표했다.

시는 7월부터 북촌로 11길 일대를 평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할 수 있게 하고,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는 통행을 제한한다고 했다. 또 일요일은 '골목길 쉬는 날'로 지정해 관광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골목길 쉬는 날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요일인 지난 15일 북촌로 11길을 방문했다.

◆ "골목길 쉬는 날이라고요? 전혀 몰랐습니다"

지난 15일 한옥마을 입구 돈미약국 앞은 외국인 관광들로 북적였다./ 김현정 기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진 15일 오후 북촌 한옥마을 입구 돈미약국 앞은 알록달록 고운 빛깔의 한복을 차려입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친구들과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김수연(23) 씨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고 너무 예뻐서 왔는데 마을 분위기가 살벌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입구에서부터 붙어 있는 현수막을 보니 괜히 왔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주민들 눈치가 보여 빨리 사진만 찍고 자리를 떠야겠다"고 말했다.

한옥마을 곳곳에는 빨간색 현수막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현수막에는 '새벽부터 오는 관광객 주민은 쉬고싶다', '북촌한옥마을 주민도 인간답게 살고싶다', '주거지인 북촌 주민의 사생활과 재산권을 보호하라'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마을주민 김모(56) 씨는 "서울시에서 관광 허용시간을 도입한다고 했는데,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뿐더러 강제성도 없어 하나 마나다"며 "골목길 쉬는 날이라는 오늘도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미국에서 온 엘레인(24) 씨는 "한옥마을에 관광 제한시간이 있는지 몰랐다"며 "여행 일정 때문에 일요일에 올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둘러보고 가겠다"고 작게 속삭였다.

15일 오후 북촌 한옥마을 반야로차도 문화원 인근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드론을 날리다가 마을 주민에게 경고를 받았다./ 김현정 기자



서울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골목길 통행을 제한할 법적인 근거가 없어 강제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며 "종로구 거주자를 대상으로 북촌마을 지킴이를 모집했다. 그동안은 서울시 인력을 투입했지만, 27일부터는 지킴이를 현장에 배치해 무단 촬영·침입 등 관광객 금지행위에 대한 계도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고 말했다.

좁다란 한옥마을 길을 따라 반야로차도 문화원이 있는 골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위이이이이잉' 청소기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봤더니 마을 주민과 관광객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소리의 정체는 외국인 방문객이 드론을 띄워 발생한 소음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온 마을 주민은 "노 드론! 스탑!"이라고 소리치며 관광객을 제지했다.

시에 따르면, 북촌마을 지킴이는 관광객이 많은 시간대(오전 11시~오후 4시)에 두 타임으로 나눠 3명씩 배치된다. 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6명의 지킴이가 관리해야 한다. 게다가 관광 제한시간에 한옥마을을 방문한 불청객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할 마을 지킴이도 없다.

◆ 북촌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

지난 15일 오후 한옥마을 골목길에서 한복을 입은 관람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현재 북촌에는 1200여 동의 한옥에 약 82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관광 허용시간'과 같은 보여주기 식 대책이 아닌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종로구 가회동에 사는 박모(63) 씨는 "관광 수익금 일부를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거나 시에서 소음공해 피해 보상금을 지급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북촌 한옥마을처럼 투어리스티피케이션(주거지역이 관광지화되면서 원주민이 소음·쓰레기·주차 문제 등을 이유로 이주하는 현상)을 겪은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주민협의체가 사업장을 운영해 얻은 관광 수익금을 방범 CCTV 설치, 소방시설 정비 등 주민 복지에 사용, 관광객과의 갈등을 해결해나가고 있다.

15일 북촌 한옥마을 곳곳에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는 주민들의 절규가 담긴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시 관계자는 "한옥마을에도 주민협의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감촌마을과 한옥마을은 상황이 많이 달라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음 피해 보상금과 관련한 내용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삼청동 주민 김은실(52) 씨는 "지구단위계획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주택건축국 관계자는 "현재 2010년 수립된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하고 있다"며 "지구단위계획 폐지를 요구하는 주민은 극히 일부"라며 "오히려 한옥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민 의견이 더 우세하다"고 말했다.

한편, 종로구의회가 지난 3월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의견을 청취한 결과, 주민들은 지구단위계획에 ▲정주환경 보호 및 개선 ▲골목상권 보호 ▲한옥 보전 ▲특화거리 조성 ▲상업시설 도입 ▲편의 및 주차시설 확충 등의 내용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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