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대가 세상을 속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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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대가 세상을 속일지라도

최종수정 : 2018-07-22 14:35:16
 기자수첩 그대가 세상을 속일지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선고를 앞둔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동문은 고요했다.

하지만 법정이 있는 서관에 이르자, 매미 소리가 순식간에 귀를 덮쳤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울음 사이로 "대통령 박근혜"가 섞여 들어온다. 소리를 따라 내려간 법원 삼거리에는 태극기 든 노인 몇몇이 고개를 뒤로 젖혀 입을 벌렸다.

'사건번호 2018고합….' 동료들을 대신해 법정에 들어간 기자가 선고 시작을 알렸다. 서둘러 들어간 법원 복도 역시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불출석을 알리는 동안, 그의 지지자들이 텔레비전 음량에 불만을 제기하며 고함을 질렀다. "조용히 보시면 다 들린다"는 핀잔이 돌아왔다.

국고손실 유죄. 뇌물수수는 무죄. 선거개입 유죄. 성창호 부장판사의 단호한 목소리가 전직 대통령의 누적 형량을 32년으로 늘렸다. 법원은 아수라장이 됐다. "노무현, 김대중이도 조사해라" "차라리 60년형을 주지 그랬냐" "판검사 X새끼들, 가다가 똥차에 치여 X져라…." 판사보다 큰 목소리가 법원을 뒤흔드는 사이, 기자들은 박 전 대통령 선고 결과를 보도하고 있었다.

남성에 대한 무차별적 증오도 냉소의 대상이다. 남성혐오 누리집 '워마드'는 낙태된 남아, 홍익대 누드 몰카 피해자, 포르노에 합성된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조리돌림하고 있다. 한때 이들을 '극단적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여기던 일각에서도 선긋기에 나섰다.

사계절은 저마다 강렬한 상징이 있다. 다만 벚꽃과 매미, 단풍과 눈은 하늘과 땅이 서로를 기다려준 결과다. 성탄절에 장마가 오고, 벚꽃 사이로 매미가 운다고 여름을 좋아하게 될 수는 없다.

태극기 들고 '국정농단' 주범 석방을 외친들, 검찰과 사법부의 수사와 고뇌를 뒤집을 수는 없다. 소년을 '한남 유충(한국 남성으로 자라날 벌레)'으로 부르며 희롱하는 패륜도 엄마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다.

세상이 당신을 속였다면, 당신은 왜 이런 식으로 세상을 속이려 드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립과 뒤틀린 결속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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